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한겨레21>에 김경의 칼럼이 연재되고 있을 때, 제때 읽은 적이 거의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몇 번 찾아 읽은 적은 있었다. 주로 주변 여성동지들의 코멘트 때문이었다. "이번에 김경 칼럼 봤어? 위 아래로 속옷을 맞춰 입지 않아서 남자랑 자러 갈 수 없었다는 얘기 있잖아. 내 얘기라니까." 혹은, "상견례 할 때 비비안 웨스트우드 입지 말라는 글 진짜 재미있지 않았어?" 같은 말들. 꽤 인기 있는 칼럼이었고,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칼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분명 존재했다. 나는 패션에 관한, 실로 무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스릴러 소설 두 권을 연속으로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마치 소주에 감자탕을 먹고 나서 소파가 있는 카페에 가 파르페를 먹는 기분이다. 가끔 깔깔대고 웃었고, 몇 번인가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지만 결국은 바닥까지 혀로 다 핥아먹었다. 왜 그녀들이 좋아했는지 약간은 알 것 같았다. <한겨레21>에 연재되었던 '스타일 앤 더 시티'를 비롯한 몇몇 칼럼을 책으로 묶은 <뷰티풀 몬스터>는 지금, 여기,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이다. 대개의 여자들이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생각이나 고민들이 줄줄 나온다. 어쨌건.

김경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남자들은 아마 그 허영심에 몸서리를 칠텐데,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낸시 랭의 애교에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다는 말을 읽으면서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들의 마음도 헤아려보라. 가끔, "너 같이 지적이고 생각이 깨인 사내녀석이 저런 년한테 채여서 이렇게 난리를 쳐야겠니?"라고 타이르는 순간이 생기는데, -ㅅ- 그건 남자들이 거의 하나같이 예쁜 여자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스타일이 좋은 여자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남자애들이 "착한 애"라며 여자친구를 자신있게 소개할 때 예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번도 못 봤다.) 남자들은 허영이라며 싫어할지 몰라도, 결국 남자들은 그 허영에 물든, 스스로를 가꾸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여자들의 반짝거림에 쉽게,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린다. 김경은 그걸 인정할 뿐이다.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해 연쇄살인을 일으키고 해저의 마그마를 폭발시켜야 하는 것처럼, 내가 사랑하고 싶은 남자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식이다. 예뻐지겠다는 생각은 거의 포기한 나로서는, 사실 김경의 저런 허영이 부럽기도 하다.

남자들이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를 읽는다면 정말 참기 힘든 대목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자친구가 왜 '저러는지' 알고 싶다면 어쨌건 일독을 권한다. 이해는 못 해도 대처방법은 생길 것이다.

ps. 가끔 출처가 불분명한 인용 남발이 눈에 거슬린다. (게다가 초반에는 인용이 너무 많고 때로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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