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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 커트 코베인 - 이룸의 평전 5
찰스 R. 크로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평전 커트 코베인>은 찰스 R. 크로스라는 음악 전문 기자가 쓴 책이다. 레드 제플린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롤링 스톤과 에스콰이어에 기고하는 사람이라고. 커트의 초년기부터 죽은 직후의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다. 평전이라 하기엔 너무 소설이다. 커트의 초년기를 쓰는 대목이 좀 특히 그랬고, 마음에 드는 대목들은 커트가 스타덤에 오르면서의 이야기들이다. 지독한 마약 중독. so stoned. 커트는 정말 죽기 전에 몇 번이나 죽었다 살아났다. 정말로. 약 하고 그냥 심장이 멎은 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그 나이에. (이런 때는 내가 정말 늙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커트와 코트니는 거의 자기파괴적인 것으로는 둘이 쌍벽이었다. <평전 커트 코베인>은 중간중간 사진들과 함께 커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읽을 수 있게는 해 주니 좋았다. 커트의 살해 의혹에 대해서 이 책은 별 관심이 없으니,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듯.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코트니 러브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난다. (그녀가 얼마 전 아이 양육권 문제로 법정을 드나들던 모습이 너무 엉망이라 놀랐던 기억이 났다)
커트의 사진들을 보는데 정말 심장이 약간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까끌한 장갑을 낀 손으로 심장을 꼭 쥐는 듯한 느낌. 그 얼굴과 몸의 느낌(<라스트 데이즈>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는)이 너무 생생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커트는 꽤 예쁜 아이고, 웃으면 훨씬 예뻤을 것이다. 반짝이는 눈과 그 산발한 금발과 마른 몸과 늘어진 옷과 단단한 턱과... 코트니와의 결혼 사진을 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니까, 넌, 해피엔딩을, 믿고 있었구나.
그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자살이건 타살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빨리 죽은 건 최악은 아니니까. 안타까운 게 있다면 딸 프랜시스의 존재겠지. 하지만, 비틀스가 얘기했듯이, happiness id a warm gun. 살아남았다 해서 그가 행복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s. 최근 이 책을 허겁지겁 읽은 건 <라스트 데이즈>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라스트 데이즈>를 약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나열을.) 커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기념방식은 <평전 커트 코베인> 보다는 <라스트 데이즈>일 것 같다. 커트의 끔찍했던 죽기 전의 시간을, <라스트 데이즈>는 정말 보여준다. 내면의 풍경, 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모든 것, 화면과 사운드가 커트의 황폐한 내면을 너무나 잘 그려낸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커트 코베인이랑 하나도 안 닮은 마이클 피트가 얼굴은 안 보여주고 완전 커트처럼 흐느적거리고 다니는 모습에 젖어들다 보면, 마지막 얼굴 클로즈업에서는 실로 감동해버리게 된다. 빌어먹을, 잘 가. 이게 마지막이라는 거야, 정말? 딱 그런 마음으로 커트랑 하나도 안 잚은 마이클 피트의 얼굴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게 된다. 커트의 혼이 빠져나오는 장면도 하나도 안 어색했다. 그저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모든 게. 다행이야, 베이비. 죽어서, 더 늦기 전에 죽어서, 정말 다행이야, 베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