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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ㅅ- 위험하다잖아요. 책의 부제인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라는 말은 이 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은 서구의 회화 속에 나타난 책을 읽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서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려주는데, 미술 관련 일반 교양서적에서 흔히 보게 되는 그림들이 아닌, 꽤 새로운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앙투안 보두앵의 '책 읽는 여자'라는 그림만 해도 그렇습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의 귀부인이 읽다 만 책을 왼손 아래로 떨구고 있는데, 그녀의 오른손은 의미심장하게도 치마 아래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그림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지요. 그리고 줄이어 책을 읽는 여자들을 그린 회화 작품이나 조각 작품들 삽화와 함께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도덕 설교자들의 혹평을 듣게 된 이유부터 말입니다.
마리아가 천사로부터 예수 잉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를 그린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에서 마리아는 놀랍게도 책을 들고 있으며 깜짝 놀란 표정입니다(성령의 충만함에 취한 표정이 아니라).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그림의 마리아처럼 열심히 책에 몰두하던 사람은 다른 이의 방해를 받게 되면 놀란다"라는 재치있는 코멘트를 날립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읽을 만한 부분들은 각 장의 서두를 장식하는 서문들입니다. 각 장에서 할 이야기를 요약적으로 잘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여인에게 하는 청혼'이라는 그림도 수록되어 있는데, 여인은 갈매기처럼 펼쳐진 책장을 향해서만 볼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여인이 책을 펴 든 손을 잡고 간절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인상적인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 대해 필자는 "여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관심을 즐기기는 하지만, 독서에 몰두함으로서 혹은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함으로써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 에티엔 리오타르의'마담 아델라이드'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색감과 편안함, 책과 독자의 관계가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터키 풍의 의복이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도 한몫 하는 건 분명합니다.
책읽기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 역시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