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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판 <양들의 침묵>이라는 느낌.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여형사가 필사적으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 세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형사 아사야마 후키와 편의점에서 일하는 가수지망생 준페이의 이야기는 1인칭에서 진행되며, 둘은 중반에 서로 만난다. 살인자의 이야기는 3인칭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정확한 주변 묘사는 1인칭같이 진행된다. 어쨌건.
혼자 사는 젊은 여자의 시체들이 연속적으로 발견된다. 온 몸에 칼로 입은 상처가 있고, 살해되기 전에 1달여 감금생활을 한 것 같다. 성폭행을 당한 흔적은 없다. 여형사 후키는 이 사건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팀이 해결해야 하는 사건은 편의점 연쇄강도사건이다. 준페이가 일하는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 준페이는 강도에게 몰려 있다가, 함께 일하던 중국인 직원이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장면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본다. 그 때 어처구니없게도 "뒤!"라는 소리가 들려 범인은 중국인 직원 고를 찌르고 달아난다. 그 때 편의점에 있던 손님도 나가버린다. 준페이는 그 "뒤!"라는 소리를 자기가 했다고 생각한다.
스릴은 있는데 문제가 좀 있다. 너무 전형적이다. 연쇄살인마는 꼭 트라우마가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트라우마라는 게 어쩌면 다 가족이니(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책 초반에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까-물론 뒤에서 살짝 반전이 있다). 그리고 왜 여형사는 '납치당하는 것으로 사건을 해결'(남자 형사들보다 여자 형사들이 인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도 그렇고)하지? 준페이라는 아이의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재능에 대해서는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놓았다. 녀석의 상처마저 아름답고, 초반의 변태같던 짓 조차 이해받으려 하고. 무모한 어린 남자애는 딱 질색이건만.
그리고, 여자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 두려움을 주입하는 것이야말로, 남성중심 사회의 고정관념 아닐까? 물론 여자 혼자 사는 게 '실제로'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발가벗겨져 사육당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그리고 창녀와 성녀를 동시에 원하는 건 연쇄살인마나 보통 남자나 똑같은데.
그녀의 얼굴은 선물을 원하는 어린애처럼 빛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사건을 그녀와 비슷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세계 각국의 내전도,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도, 탤런트의 이혼도, 젊은 여성의 감금살인사건도... 똑같은 즐거움, 똑같은 슬픔과 회한을 가져다주는 일상적인 사건일 따름이다. -p.21
여자들은 그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다. 그의 재산과 혈연관계, 이혼력, 함께 생활하는 데 무슨 지장이 있을지 없을지, 즉 자신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상대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은 데 지나지 않는다.-p.77
"그래요, 고독의 노랫소리(중략). 다른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면 그 목소리에 어떤 비밀스런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p.203
: 이 대목에서 이 책 제목이 나온 건데, 사실 읽으면서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다. -ㅅ- 이 얘기는 상당히 필요없는 얘기였다.
지금의 고독은, 사회가 오히려 내게서 도망치며 겁을 먹고 엎드리는,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고독이다. -p.209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서만 계속 달려갈 수 있어? 원해서 혼자가 되긴 했지만,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르지 않아?" -p.229
정신적인 무언가로, 나 아닌 존재와 관계하면서 하나로 연결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종국에 이르러서는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려도 좋다는 바람, 아니 존재 따위와 같은 억압상태에서 벗어나 존재의 고차적 차원으로 나아가고 싶은 바람...... 아니, 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타는 목마름이 일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허무와 공허함이 사라져 버렸다. -p.291
:'성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쓰여 있지만, 이건 한마디로 말해서 같이 자자는 거잖아, 이 멍청한 녀석아, 라고 생각했다. 이 대목을 나중에 후키와 살인자의 격투 장면과 비교해 읽어보면, 준페이와 살인자의 고독은 같은 종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음 같은 건 모호한 거야......모든 게 변해가는데, 누군가와 하나로 이어진다니......그런 게 어디 있어."-p.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