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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고립된 사람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진행 역시 이중으로 풀려간다(구관과 신관/혹은 신관 밖). 고립된 사람들은 차례로, 연쇄살인의 희생양이 되며, 트릭을 푸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십각관의 살인>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 시간차 트릭과 밀실트릭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자꾸 <소년탐정 김전일>을 연상하게 되더라. (물론 <소년탐정 김전일>이 영향을 받았겠지만, 내가 읽은 순서는 그 역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자의 옷차림이랄까, 그런 것은 김전일에서 정말 유사하게 그려진 적이 있기도 하고.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천재적이지만 기이한 사람이 설계한 시계관을 둘러싼 연쇄살인극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108개의 시계들로 가득 찬 시계 모양의 건물에 갇힌 아홉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 목격한 것들이 짧게라도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더라. "이 사람이 무엇을 보았을까"가 계속 궁금한데, 나중에 그들이 본 것, 혹은 그들이 말한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의미가 일순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깜짝 놀라게 되더라.
책 마지막 부분은 꽤 놀라웠다. 트릭의 완벽함? 범인의 의외성? 그런 거 말고(물론 그런 점에서도 별 흠 잡을 곳은 없다만), 갑자기 판타스틱해지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건 뭐지!"하면서 잠깐 황홀경에 젖는 기분. 이 황홀경은, 파괴의 황홀경이다. 불구경 하는 심정 같은 것. "이건 아니야" 하면서도 그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잠시 멈춰 서 있게 되는 심정.
개인적으로는 사실, 십각관이 더 좋다. 십각관에서의 아야츠지 유키토는, 신인답게 내지른다는 정신상태가 엿보인단 말이다. "나는 이런 작품을 원해"라고, 짧지만 간결한 웅변을 하는 듯 하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고, 오로지 완벽한 트릭과 그 한 문장을 향해 달려가는- 무서운 집중력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