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시 괴담
쓰네미쯔 토루 지음, 이현정 옮김 / 다른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도시괴담>은 110페이지 가량의 대단히 얇은 책으로, 부제에서 설명하고 있듯 '일본의 도시괴담에 대한 민속학적 탐구'를 다루고 있다. 지금 읽는 대목은 학교 괴담에 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혹은 당연하게도) 한국의 괴담은 일본의 괴담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일본 도시 괴담은 거의 우리가 들었던 것과 유사하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이야기가 첫번째 이야기. "한밤중에 사진에서 교장선생님의 얼굴이 밖으로 빠져 나와 회의를 하고 있다"는 발상은 무섭다기보다 웃긴 것. 그게 괴담이냐- 싶기도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들도 있다. (무서운 얘기는 내가 읽으면서 겁게 질려서 타이핑까지는 못하겠다)

이 책에는 빨간 마스크 이야기도 실려있다. 1979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괴담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려서, 그러니까 80년대 후반에 들은 이야기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 우쒸, 이거 실화라고 했는데! 심지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도 나눠주었다. 혼자 집에 가지 말고 무리를 지어 다니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가정통신문이 경계하는 대상은 빨간 마스크가 아니라 인신매매범이었다. 당시 학교 근처 길가에 서 있는 봉고차들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 책에 실린 재미있는 이야기 중 내가 듣지 못했던 것은 인면견, 즉 사람 얼굴을 한 개의 이야기이다. 이 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말을 한다. 특히 "뭐야" "내버려 둬" "제멋대로야" "시끄러워" 등 막된 말을 한다(이런 말은 현대 젊은이들의 감정-1989년부터의 시점을 기준으로 한 설명이다-의 일면을 대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2. 인간을 보고 히죽 웃는다.
이런 개가 왜생겼을까에 대한 의견도 있는데, 배꼽을 잡은 것은 <바디 스내쳐>에서 인간복제에 실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디 스내쳐라면, 인면두(인간의 얼굴을 한 콩)라는 쪽이 더 설득력 있지 않겠는가.

도시 괴담에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친구의 친구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짚고 넘어간다.

"친구의 친구가 보았다"라는 식은 풍문에 상투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다. 사고의 목격자는 항상 화자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만 이야기는 항상 전문(전하는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아무리 정보를 캐어도 그 가까운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p.60

: SATC에서는 이런 것을 urban legend라고 했다.


88년에 미국에서 <사라진 히치하이커>라는 구전 괴담 책이 나왔다는데, 재미있을 듯. 부기맨 이야기의 여러 변주가 실려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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