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트 마지막 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34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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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마지막 사건>은 벤틀리의 데뷔작이다. 당연히 벤틀리가 등장하는 첫번째 소설이지만, 그의 '마지막 사건'이라고 되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트렌트가 추리에 실패하고 더 이상 사건 해결 따위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맹세하기 때문이다(나중에 벤틀리는 다른 책을 통해 그가 다시 사건을 해결하게 했다고는 하더라만). 트렌트는 탐정이 아니라 화가다. 우연히 사건을 해결하고 스타덤에 오른 그가 부호 피살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는 그만 범인과 관꼐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호의 젊은 아내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어 버린다. (모두가 욕하는) 죽은 부호는 45살, (모두가 칭찬하는) 그의 아내는 26살, 트렌트는 32살.

벤틀리의 추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면은 맞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건, CSI가 종종 빠지는 딜레마와도 유사하다. 기술적 측면, 트릭을 밝혔다고 진범이 밝혀지지는 않는다. 특히 이 <트렌트 마지막 사건>같은 경우라면. 이 경우, 탐정이 추리에 실패하는 원인은 뒤렌마트가 <약속>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연'의 요소를 계산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호의 그 꼬이고 꼬인 성격이라니. 때로는 아무리 정황이 수상해도 결백한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를 의심하기는 쉬워도 결백을 믿기는 좀처럼 어려운 것이라서 결국은 실수를 하게 되고 만다.

<트렌트 마지막 사건>은 그래서, 탐정이 추리에 실패하기 때문에, 결국 사건을 해설하는 것은 범인의 몫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범인을 처벌할 수는 없다. 부호의 의도가 범인의 것보다 훨씬 사악할 뿐 아니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정의를 밝히는 일에는, 사실 아무도 관심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건의 개요를 밝히는 것은 오로지 독자 서비스로 보인다.

연정에 사로잡힌 트렌트는 어찌나... 딱하던지. 아니,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느라 눈이 멀어버린 탐정은 보다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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