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옥문도&g..." />
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요코미조 세이시 <옥문도>
edit | del
<옥문도>를 읽다가, "긴다이치 코스케. 혹 여러분이 <혼징 살인사건>을 읽어보셨다면 이 남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대목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면 모두 나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것이니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치더라도,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든 건 사실. <혼징 살인사건>을 꽤 재미있게 읽은 편이고, 나는, 당연히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이야기라면 뭐든 읽을 준비는 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40여년 넘게 일본 역대 추리소설 1위"라는 설명을 읽고 나면 "어떤 트릭이!"하는 생각을 하는 인간인 것이다. 휴가가 끝났고 심지어 이제 마감이라는 엄청난 현실에 직면한 나는, 나중에 여행갈 때 사 읽으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냉큼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사버렸다.

'천하의 코스케'는 실제로 보면 꽤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인물이다(그가 나오는 책을 읽을수록 점점 빠져;; 든다). 말끔하고 도회적인, 논리로 무장한 천재형 탐정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 코스케는 인간적이다. 그리고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인간적'이라는 말은 청결하지 못함을 수반하는지라, "벅벅, 벅벅, 너무나 맹렬하게 머리를 긁어대어 비듬이 안개처럼 흩날리자"라는 대목도 읽을 수 있다. 약간 어수룩해 보이는 차림새. 잇힝.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코스케는 전우의 기이한 유언 때문에 옥문도를 방문한다. "내가 죽으면 내 누이들이 죽임을 당한다"는 기이한 유언. 코스케는 전우의 죽음을 전하는 명목으로 옥문도에 머무르는데, 과연 죽은 전우의 누이들은 하나씩 죽어나간다.

섬에서 사건이 일어난다고는 해도 <십각관의 살인>과는 아주 다르다. 이 섬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책 초반에 작가는 그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얼마든 육지와 왕래가 가능하며, 실제로 중반에 경찰들이 섬에 들이닥친다. 그러므로, 섬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해도 여기서의 섬은 밀실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본격과 신본격의 가장 중요한 두 책으로 손꼽을 수 있는 이 두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두 책으로만 보자면) 사건을 둘러싼 정황에의 설명이다. 둘 다 트릭은 거의 완벽하다. 특히 <십각관의 살인>은 정말 읽다 보면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옥문도>는 트릭의 완벽함 측면에서 십각관에 밀릴 지도 모르겠지만, 살인을 둘러싼 주변 정황의 기이함을 묘사하는 데는 훨씬 뛰어나다. 두 책 모두 아주 마음에 든다는 게 결론이지만, 두 책을 비교하자면 <전쟁과 평화>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구석이 있다. (이 비유는 어느 쪽이 우수한가에 대한 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둘 다 정말 훌륭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순간, 흠-. 좀 놀랐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탐정이, 독자가 범인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에 매여 있으면 세상 모든 게 완전범죄로 보이는 법이다.

일단 책 크기나 디자인은 너무나 아름답다. ㅠㅠ DMB보다 작은 크기와 (당연히) 너무 무겁지 않은 무게, 그리고 각 장 제목의 타이포. 이른바 그립감이 좋아서(두께도 적당) 그냥 밤 동안 읽어버렸다. 주석이 좀 많아서 힘들긴 했는데, 주석에서 꽤 중요한 정보를 주는 일이 다반사이므로 흘려 읽어서는 곤란하다. 아마도 출력 과정에서 생긴 일인 듯 한데, 약물이 깨진 게 보이는 한 곳을 제외하고는 만듦새는 최근 나온 책 중에 제일 훌륭한 것 같다. (손안의 책의 교고쿠도 시리즈는 하드커버라 예쁘긴 한데, 나의 경우는 사실 페이퍼 백이 있다면 그걸 샀을 것이다.)

그런데, 요코미조 세이시의 약력을 보다 놀라버렸다. 1902년 고베 생인데, 26년에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한 뒤, 32년 퇴사하기 전에 편집장을 역임한다. 그리고 데뷔작이 <혼징 살인사건>이다. 놀라워라.

ps. 트루먼 카포티의 In Cold Blood가 재발간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기쁠데가.

어부란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이란 생각을 늘 하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먼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 마시다, 치다, 사다의 삼박자(일본남자들의 3보락,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고, 여자를 산다는 것, 즉 음주, 도박, 매춘을 가리킨다), 그러다가 가불도 하게 된다. -p.41
: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마시다, 치다, 사다의 삼박자에 빠져 있다. (커피를) 마시다, (코웃음을) 치다, (책과 CD를) 사다, 의 3박자에 빠져;;; 혼자만의 세계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8-06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a🦊 2005-08-10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어놔서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