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 취향의 이유로 노통브의 소설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미없다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게 만드는 사람이 노통브입니다- 그건 훌륭한 재능 아니겠습니까.

대문호 프리텍스타 타슈는 살인자들(중 극히 일부)만이 걸린다는 희귀병에 걸려 죽을 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평생 인터뷰를 기피했던, 이 늙고 뚱뚱하며 심술맞은 대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 그 중 몇몇과 타슈는 인터뷰를 하지만 심술궂은 말을 늘어놓아 기자들을 ?아냅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인터뷰 날, 타슈가 경멸하는 성별인 여자 기자가 그를 찾아옵니다. 그녀는 타슈의 비밀에 싸인 과거를 들추어 내기 시작합니다.

저는 추리 소설을 대단히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좀 그동안 과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이 책을 읽는 도중 두 번 있었습니다.
1. 노통브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반전'을 기대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이 책의 실제 결말은 사실 책 소개만 읽고 이미 추측했던 것이고, 사실 그 반전은 너무 시시하다고 판단, 읽어가면서 '사실 죽은 것은 레오폴린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2. 사르트르나 셀린, 플로베르, 위고, 누보 로망에 대한 이야기보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더군요. (참고로 저는 불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추리문학이 아니라;;)

이 책의 초반이 사실 뒷 부분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역시 심술궂은 뚱뚱보 늙은이의 추억 따위는 그의 책 만큼이나 궁금하지 않은 것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말장난에 치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첫 번째 기자를 맞아들인 타슈의 말장난이 시작되면서 기자가 엉뚱한 말을 메모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장면, 어느 영화에선가 본 적이 있어요. 그 영화를 보고 엄청 웃었는데, 어쩌면 시나리오 작가가 이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영화가 뭐였더라 머리를 쥐어뜯다가 포기했습니다. 어쩌면 드라마였을지도. 그 장면 보고 진짜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다니.

99%가 대화로 이루어진 책을 쓰는 것은 대단히 힘들 텐데,(등장 인물들간의 대화를 쓰다 보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설명'해주고 싶다는 친절한 작가적 '오버'를 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같은 얼치기 작가나 그렇겠지만, 어쨌건.) 노통브는 몇 번이나 대화만으로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군요.

끙,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끝내 이 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그 여기자가 너무 잘난 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속물 같아 보이기도 했고. 앞서 삽질하고 간 남자들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가 아니라 "나만이 알고 있다"며 상대를 멸시하는 것은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나쁜 버릇 중 하나거든요. 그들은 심지어 "당신이 모르는 것 조차 알고 있다"고 할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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