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chick lit가 폭발하게 만든 주범 중 하나인, 그 유명하고 또 유명한 소피 킨셀라의 <쇼퍼홀릭>이 활금부엉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라는 부제가 있으며, 2권으로 분권되어 각 8천원씩, 두 권에 16000원이다. 표지디자인은 원래 책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다. 책 크기는 페이퍼백 수준이지만 종이는 그렇지 않아서 꽤 무거우며, 도저히 분권해서 읽을만한 분량도 아니어서 좀 화는 나지만,

책은 재미있다. 남자들이라면 레베카를 보며 미친 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자들은 거의 공감할 듯. 쇼핑광이 아니라 해도 무언가를 사는 행위에서 인생의 살 맛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경전과 같다고 본다. 일단, 카드를 한도까지 긁어본 적이 있거나, 연체를 해 보았거나,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죽어라 한 나 같은 인간에게는 1권을 읽는 동안 거의 머리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이거, 내 얘기잖아! 라는. 연체금을 납부하라는 은행의 고지서들이 중간 중간 들어가 있는데, 이게 진짜 걸작이다. 로맨스적인 요소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가 끼어드는 순간 이 책은 정말 상상의 세계로 날아가 버리고,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로맨스가 아니라 소비욕에 죽어가는 20대 중반의 여성에 대한 묘사들이다.

세일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매장에서 세일을 한다는 말에 무리해서 물건을 사거나, 립스틱과 파우치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 쓸데없는 클렌징 크림을 사 버리거나, 돈을 아끼겠답시고 비싼 스타벅스 텀블러를 사 놓고 제대로 쓰지도 않고 처박아 둔다거나 하는. 그러니까 온갖 한심하고 어이없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줄을 잇는다. 경제지의 기자지만 사실 경제에는 관심도 없고, 보도자료를 베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레베카.

이런 한심한 매 순간이 한심하기는 커녕 내 얘기같아서 "옳습니다!"하게 되는 사람이어야 이 책이 재미있을 것이다. 레베카가 점점 상황을 악화시키는 1권은 그래서 재미있고, 자책감(알지도 못하는 조언을 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노부부가 큰 돈을 만질 기회를 날려버렸다)과 비참함(루크의 여자친구 선물을 골라주었다는 쪽팔림-그녀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은밀히 이끌리고 있었다)을 딛고 제정신을 차려 자유기고를 하고 TV에 출연하고 심지어 루크와 잘 되는 대목에 가면 좀 짜증난다. 물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정말 아니지만, 너무 동화적 해피엔딩이어서, 결국 레베카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20대 여성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 주고 그저 잠시 책을 읽는 동안의 최면적 쾌락을 안겨주는데 그친다.

어쨌건 엄청 웃기고 재미있긴 하다. 돈은 없고 쇼핑은 하고 싶어서 할인마트에 가서 껌 한통 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레베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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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여유 2005-06-0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나왔나요??? 두권 다 예약주문했는데 발송대기중이라는데요. ㅡ..ㅡ 대략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