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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악마가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
루스 렌들 지음, 전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밀리언셀러클럽에서 나온 루스 렌들의 작품으로, 골드 대거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최근 작품들을 좀 내 주었으면 하는데 이건 참...
경찰 혐오자가 이 시리즈에서 나온 것을 봤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 -ㅅ-
(대체 아직 소개 안 된 작품이나 절판된 타이틀도 많은데 꼭 이렇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책 자체로는 흥미롭긴 하다. 길지는 않은데 술술 읽히는 것도 아닌 상태라 아주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편집증 적으로 스스로를 코너에 몰아가는 남자 아서의 이야기인데, 아서의 심리 묘사가 꽤 잘 되어 있다. 지하실에 마네킹을 숨겨 놓고 그 마네킹의 목을 졸라 가상의 살인을 저지르면서 쾌락을 얻는 남자 아서. 그런데 어느 날 A. 존슨이라는 이니셜이 같은, 앤터니 존슨이라는 남자가 이사오면서, 아서의 안온해 보였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서가 원하는 것은 별 것 아니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 그리고 종종 지하실의 여인에게 가서 목을 마음껏 조르는 것. 앤터니에게 온 편지를 (이니셜을 보고 자신의 것이라 착각) 실수로 뜯어본 아서는, 앤터니에게 사과를 구하지만 앤터니의 냉담한 반응(정확히는 사과문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에 점점 편집증적으로 굴기 시작한다.
시작은 아주 작은 오해였지만, 그 오해로 인한 균열은 점점 커지기만 한다. 그게 문제다.
아서의 심리는, 남의 얘기로 읽자면 정신병자의 그것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오해는 누구나 저지르는 것이다. 앤터니 역시 (연인의 편지와 관련해서)비슷한 망상에 사로잡힌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왜 저 사람이 나에게 쌀쌀하게 굴지? 처음 시작은 그렇다. 사실 그 사람이 그날 잠을 잘 못 자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저 눈치를 보며 두려워하게 된다. 문제는 일단 그런 것에 사로잡히고 나면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남의 눈에 비친 아서를 보여주는 책 후반부의 묘사는, 좀 등골이 서늘했다.
아서가 생각하는 아서와 남이 보는 아서는 이렇게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