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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앤 나이트 ㅣ 블랙 캣(Black Cat) 3
S. J. 로잔 지음, 김명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뉴욕의 사립탐정 빌 스미스와 그의 파트너 리디아 친이 함께 활약하며 사건을 푸는 이야기. 시리즈물이라고 하는데, <윈터 앤 나이트>만 영림카디널의 블랙 캣 시리즈로 출간되어 있다. 해설도 없이 558페이지나 되는 책을 묵묵히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청량리의 나이트에 억지로 끌려가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ㅅ- 결론부터 말하면 DJ는 내가 옛날에 사랑했던 남자를 아주 닮은 모습이었고, 부킹을 건 남자는 시간이 갈수록 내 이상형이었으며,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결말에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씩씩거리면서 담배를 두 대나 피웠는데 속은 가라앉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여동생의 아들이 갑자기 빌을 찾아오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십대인 그 아이는 가출을 했는데, 경찰서에 갖힌 아이를 끄집어내 집에 오니, 녀석은 창문을 깨고 도망을 가 버린다. 빌은 자신을 극도로 증오하는 여동생의 남편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조카를 찾아 그들이 사는 작은 도시로 향한다.
23년 전의 사건과 지금의 사건이 맞물려 돌아간다. 주인공 빌은 전과자로, 이미 많은 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성격도 매우 급하다. 중국계인 여자 동료 리디아와 어떤 관계인지, 그러니까 둘이 연인 관계인지는 암시되는 바가 없으나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도 힘들다. 빌은, 찾아간 작은 마을 워런스타운에서 온갖 적대감과 반대에 부딪힌다. 아무도 그의 수사에 협조해주지 않는다. 그는 굴하지 않는다. 사람을 치고, 때로는 자신이 맞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조카를 무사히 찾는 것 뿐이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의 주동자였던 마을 사람들은 그런 빌을 끝없이 괴롭힌다. 빌은 바흐를 듣고,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치는 대목은 못내 조금 웃기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피아노 치는 남자에 환장한다고 해도, 피아노를 치며 연락을 기다리는 사립탐정이라니!)
여기까지 읽고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 남자, 현대로 온 필립 말로 같은 구석이 아주 약간 있다. (필립 말로에 대기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어쨌건 그렇게 느껴진다) 꼭 누군가에게 비교하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의 과거는 아주 안좋았다. 그 시작은 평탄하지 못한 가족사였고, 그는 그 사실에 대해 어떤 발뺌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과 실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빌이 용서를 비는 방식은 그렇다. 리디아는 그런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빌이 욱 하는 순간 그의 손을 건드리는 것으로 자제시킨다. 물론,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행동에 나서곤 한다.
이 책은 대단히 현실적인 결말로 달려간다. 악은, 거대 악은(거대 악이라고 해서 지구를 노리는 악당이나 억만장자, FBI의 고위 간부나 CIA는 아니다, 이 곳은 작은 마을이니까), 척결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바위에 계란을 되도록 많이 던지는 것 뿐이다. 다시는 계란 냄새를 풍기지 않고는 밖에 나다닐 수 없게 만드는 것 말이다. 로잔의 다른 책 몇권을 더 사 읽어봐야겠다.
ps.1 설리번 형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세상에, 이렇게 고지식하게 진실과 범인을 찾아 가는 형사라니. 뒤로 갈수록 빌보다 설리번에게 매혹된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설리번이 처음 등장하는 대목을 기어이 찾아, 내리 2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ㅅ-
ps.2
계속 "어깨를 움찔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원서와 대조를 해 보니 역시 shrug. -ㅅ- "으쓱"과 "움찔"은 다르단 말이다. 움찔은 범인이 하는 짓이고, 형사는 그런 범인을 보고 으쓱 하는 거라구. 그리고 ":"의 사용이 정말 너무 많다. 읽다 보면 막 울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 대고 뭐다냐,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