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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제임스 패터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꽃뱀 얘기를 코믹하게 만들면 영화 <하트 브레이커스>, 스릴러로 만들면 책 <허니문>이다. <허니문>의 주인공 노라가 꽃뱀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나쁠지도 모르겠으나, 돈 때문에 결혼하고 살인도 불사하는 그녀를 두고 다른 말을 찾는 것은 불필요한 수고가 될 듯. 문제는 그녀의 전 남편과 약혼자가 죽은 일을 계기로 조사를 하러 온 남자마저 그녀에게 홀딱 반한다는 사실.
한 챕터가 대단히 짧다. 2-3 페이지가 한 챕터이고, (대개의 경우) 챕터가 바뀌면서 시점(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작가-)이 바뀌고, 주요 인물이나 장소 등도 바뀐다. 그런 일이 2-3장마다 일어나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일 자체가 쉽다. 길고 긴 챕터 중간에 단락 구분으로 보통 하던 일을, 챕터를 바꾸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챕터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딸깍 하고 책을 읽는 모드를 전환한다고 할 수 있다. 인물과 인물의 관계, 인물의 정체가 대단히 중요한데, 이런 얘기를 읽다 보면 영어와 한글의 차이를 다시 깨닫게 된다. 존댓말이 없는 영어에서는 A와 B의 관계를 작가가 직접 노출시키지 않고 대화를 하는 장면을 구성하는 것은 대단히 쉽다.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 반말을 쓰게 하면 스포일러고, 존댓말을 쓰게 하면 나중에 합이 안 맞는다. 영어로 읽었으면 두 사람의 관?밝혀지는 순간 더 무릎을 딱 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남자를 홀리는 노라와 그녀를 수사하러 온 크레이그의 이야기이다. '여행자'의 이야기가 슬쩍 슬쩍 나오기는 하는데, 너무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현대 스릴러는 언제나 거대한 권력과 돈을 배경으로 한 인물을 필요로 하는데, <허니문>은 그런 작품에서 만성적으로 느껴지는 클리셰(작은 사건에서 일이 시작된다-주인공은 우연히, 혹은 수사를 하기 위해 뛰어든다- 오히려 쫓기게 되고 두뇌싸움을 통해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다-생명의 위협을 몇번이나 넘긴다-마침내 밝혀낸 적의 존재는 너무 거대해서, 홀로 맞서기 위해 주인공은 두뇌플레이를 감행한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살아남는다)가 이 작품에는 없다. 알렉스 크로스와 게리 손지라는 미진진한 대결구도를 이용할 줄 아는 제임스 패터슨답게, 노라와 크레이그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존 오하라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매력적이다! orz 여자로서 참 짜증은 나지만 짜증이 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