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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선배 부원들이 손뼉을 치며 과장스럽게 기뻐하자 신입 부원인 1학년들도 즉시 흉내를 낸다. 판에 박힌 전개 과정이다. 부원들은 선생님의 작은 실수에도 깔깔 웃어주고, 선생님의 필사적인 개그-그러나 그다지 신통치 못한-에도 깔깔대며 맞장구쳐줌으로서 올해부터 고문을 맡은, 백발에 입이 좀 비뚤어진 설교자 풍의 선생님을 ‘엄격하나 어딘가 좀 모자란 선생님’이라는 전시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선생님 역시 ‘나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란다’하는 식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간다. 어쩜, 서로의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떨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시절의 배구부가 떠오른다. 그런 단체 경기는 이젠 무리다. 분명 몸이 따라주지 않을 거다. 홀로 싸워야 하는 육상을 알아버린 지금, 팀원들과 주고받는 눈 사인은 낯간지럽다.
“터진 상처를 보기가 무서우니까 이렇게 반창고를 붙이는 거야”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샤
처음에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여자아이가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것은. 내가 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그 절대 고독(사실 이렇게 우아한 단어로 표현될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의 상태를 너무나 잘 그려냈다. 기대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결국 자꾸 튕겨져나오는 미칠 것 같은 젊음. 손 내밀 수 없는 두려움.
"홀로 싸워야 하는 육상을 알아버린 지금, 팀원들과 주고받는 눈 사인은 낯간지럽다"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런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