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김진준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책 <쥬라기 공원>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글이 얼마나 ‘잘’ 읽히는지를. 크라이튼은 사람들(일반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과학 기술을 소재로 한 액션 서스펜스를 그리는 데 능한 사람이다. <쥬라기 공원>때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카오스 이론’과 공룡 이야기를 얽어냈다면, <먹이>에서는 ‘나노기술’과 ‘나노 로봇’이 주 화제가 된다. 이렇게 ‘비교적 대중화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기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의 장점은, 일단 그 기술이 상상대로 성공했을 경우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무한대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많은 신기술은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사그러든다. 그 신기술들의 특징은 ‘예측할 수 없음’이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과 <먹이>의 소재가 되는 두 이론 역시 같은 결론이다- ‘예측할 수 없음’)

줄거리(출처-알라딘) : 네바다 사막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나노 스웜(nanoswarm)이 누출된다. 머리카락 지름의 1,000분의 1에 해당되는 나노 분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육식 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그것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번식하고 학습하며 급속도로 진화한다.

이른바 ‘적’에 대한 논리가 진화해서, 이제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것이 인기인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김전일류의 추리물에서 뿐 아니라 과학 스릴러물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책은, 날짜와 시간을 기준으로 한 챕터 구분을 하고 있지만, 거의 한두 페이지에 한번씩 끊어 가는 속도감있는 구성은 영화에서 장면이 전환되는 것 같은, 편집된 화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서술 방식 역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둔한 동물들로 이루어진 대단히 큰 집단’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인간의 뿌리 깊은 편견이기도 하다. 인간은 모든 조직에서 중앙 권력을 찾아내려고 한다. 국가에는 정부가 있고, 회사에는 사장이 있고, 학교에는 교장이 있고, 군대에는 장군이 있다. 인간은 중앙 권력이 없으면 곧 혼란이 찾아와 조직을 무너뜨리고 결국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게 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바늘귀보다도 작은 두뇌를 가진 지극히 멍청한 생물들이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건축물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둔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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