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리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46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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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의 삼위일체라는 말(엄청난 수식어인 것이다, 실로!)을 듣고 로스 맥도널드의 <위철리 여자>를 구입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조금은 섬뜩한 느낌의 표지 때문에 읽지 않고 있다가 어젯밤 새벽 1시부터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관둘 수가 없어서, 쉬지 않고 6시까지 다 읽었다. <위철리 여자>는 <빅 슬립>과 <블랙 다알리아>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미치도록 매혹적이지만, 이 매혹은 동경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

대실 해미트와 레이먼드 챈들러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답게, 탐정 루 아처의 말투는 철학자와 삼류 시인을 모두 닮아있다. 묘사는 이발소 그림과 루브르의 명화를 모두 닮아 있다. 그리고 엔딩! 이런 엔딩은 '파워 엔딩'이라고 부를 만 하다. 누군가에게 가슴을 짓밟힌 느낌으로 책장을 덮게 만든다. 대단하다.

루 아처는 필립 말로보다 후까시가 덜하고 더 우직한 느낌이다(나는 필립 말로도 매우 좋아하지만). 그냥 아주 지쳐있고 감상적이 되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이 남자가 몹시 마음에 든다.

<빅 슬립>과 <블랙 다알리아>의 중간쯤에 위치해있다는 느낌은 여주인공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피비(휘비라고 번역하다니! 분명 일역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것이렸다!)는 21살에 첫사랑을 한, 소녀에 가까운 여인이고, 측은하고 가여운 여인이다. 하드 보일드의 여인들 특유의 닳아빠진 느낌이 없다고 할까. 아니, 닳아빠진 느낌이 강렬하지만, 그 느낌의 정체, 그 대상을 알게 되는 순간 절망하게 만드는 식이다. 측은하고 가여운 피갑칠한 여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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