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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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를 쓴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끝냈다. 대단히 괴롭다. 재미있었지만,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라면, 결말이 저렇겠구나 하고 의심했던 어떤 순간부터 끝없이 ‘아니야’라고 되뇌었다. 너무나 비참하구나, 인간이라는 것, 열심히 산다는 것.

줄거리는 간단하다.
1954년, 외딴 섬의 정신 병동에서 환자 한 명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조사를 위해 파견된 두 명의 연방 보안관은 실종 사건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시술을 일삼는 병원측의 비리와 관련 있다는 추측을 하고는, 병원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중증 정신 병자들만 수용한 병동으로 잠입하려 한다. 하지만 몰아닥친 강력한 폭풍으로 정신 병동의 보안은 마비 상태에 이르고, 정신 병자들이 병동에서 쏟아져나오면서 연방 보안관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줄거리는 책의 뒷표지에 있는 것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인데, 저 마지막 문장이 암시하는 유머러스함이 뭔가 수상했었거든. “연방 보안관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이상하게 웃음이 나는거야. 왜 저렇게 썼지? 나만 이상하게 느낀 걸까? 어쩌면 불쌍한 테디가 이 책을 읽지 말라고 암시를 준 것일지도 몰라. 한마디만 뻥끗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말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반전이 대단하다. 영화로 만들어도 당연히 성공할 것이다. 이건 <유주얼 서스펙트>이고 <식스 센스>이다. 다만 훨씬 슬프고, 비극적이고, 침울하다. 손톱만큼의 낭만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주받은 정신의 육체성만이 가득하다. 그를 위해 울어주고 싶었다. 이런 책은 영화로 만들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제껏 tortured hero들을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절망적인 녀석은 처음이야- 아니, 처음은 아니지. 카프카의 <변신>이 있었지.

기억에 남는 구절-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그의 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내의 기억에 성냥을 켰을 때처럼 불을 붙인다는 사실이 훨씬 더 잔인했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 그런 짓을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소금 그릇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서 본 낯선 여자의 걸음걸이일 수도 있고, 코카콜라 병일 수도 있고, 유리잔에 묻은 립스틱 자국일 수도 있고, 장식용으로 놔둔 쿠션일 수도 있었다.
-> <중경삼림>의 양조위와, 낡아 너덜너덜해진 행주와 홀쭉하게 여윈 비누가 떠올랐다. 섹스만이 아니라 사랑을 하게 만든 신은 정말 잔인하고 호기심이 많은 과학자같다. 살인의 기억보다 사랑의 기억이 더 괴로운 것이라니, 그딴 것은 정말... 저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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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2004-12-0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라는 말이 너무 웃겼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