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는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삶을 꼭 닮은 장황한 소설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 어느 날 아침 돌연 끝나버리는. 핏자국을 남기고.” 제임스 설터의 단편집 <어젯밤>의 표제작 <어젯밤>은 투병에 지친 아내를 안락사시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후의 밤에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지인인 여자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하고 침묵을 나누는데, 독자가 마음의 준비를 마칠 즈음 이야기는 생일 케이크 위 촛불처럼 꺼진듯 하지만 몇 번이고 되살아나며 마무리된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관심을 가져볼만한 작가. 신기하게도, 단편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카버와 존 치버, 제임스 설터 모두 소설의 입구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한데 나오는 출구는 판이하게 다르다. 설터는, 인물들에게 출구라는 걸 만들어주지 않는다. 냉혹한 건지 현실적인 건지. <뉴요커>의 ‘소설’ 팟캐스트에서는 토마스 맥궤인이 <어젯밤>을 낭독하고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