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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피나 바우쉬의 무용을 보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 수상 덕분에 한국어로 읽을 기회를 얻게 된 헤르타 뮐러의 소설은 딱 그런 인상이다. 허공를 가르는 몸짓은 앙상한 몸과 대조되는 강렬함에 빛난다. 언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는 무대 위의 그녀와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에서는, 이미지와 움직임, 색깔, 소리, 맛은 있지만 목적성을 갖고 한 방향으로 또렷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싶은가? 그럴 것이다. 뭘 상상하고 읽어도, 상상하지 못한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점에 서서 표제작 <저지대>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 말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움을 말로 풀어 전하는 일의 불가능함에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