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꽃 넘세 - 나라만신 김금화 자서전
김금화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김금화는 나라굿으로 유명한 큰무당이다. 12살 때 무병을 앓았고, 외할머니였던 큰만신 김천일로부터 내림굿을 받았다. 무당이라는 말을 들으면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감부터 느끼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넓은 눈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김금화는 1982년 한미수교 백주년을 기념한 미국 공연을 비롯해, 1985년 백두산 천지에서의 대동굿, 독일 베를린에서의 윤이상 진혼굿 등을 해 왔다. 김금화에게 있어 자연재해로 죽는 이가 많은 지방 작은 마을의 뒤뜰에만 존재하는 문화가 아라는 말이다.

<비단꽃 넘세>는 김금화의 자서전이다. ‘금화’는 비단꽃이라는 뜻인데 열 세 살 이 이름이 있기 전까지 그녀는 ‘넘세’라고 불렸다. 넘세는 ‘남동생이 어깨 너머에서 넘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들을 학수고대하던 부모님이 지은 이름이다. 열네 살 되던 해 정신대 훈련을 나가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정신대에 가는 걸 면하기 위해 금화를 시집보냈다. 호된 시집살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은글바위’란 마을에 며느리를 때려 죽인 집이 있어 두려움을 더했다. 그렇게 굽이굽이 이어지는 김금화의 이야기는 한 무녀가 자신의 무병을 거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나라굿으로 유명한 큰무당이 되기까지를 보여준다.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실패하기도 하고, ‘소리’를 듣고 아무 연고 없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새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던 이야기다. 미국 공연 이야기는 토크쇼에서 들려준다면 ‘큰웃음’얻기 딱 좋을 정도로 유머러스하다.

김용옥은 <비단꽃 넘세>에 부치는 말에 “풍류야말로 우리 민중의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신바람’ 즉 신명의 세계라 할 것이다. 그것을 현대 인류학 술어인 ‘샤머니즘’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심히 부당하다 할 것이다. 그것은 우주론적 의미를 지니는 우리 민족의 본래적 심성의 바탕인 것이다”라고 썼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존재하는 것에 대한 예우, 그것으로 김금화의 <비단꽃 넘세>는 충분히 의미있는 독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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