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8년 전에, 출판 담당을 하던 회사 선배가 꼭 읽으라며 빌려준 야마다 에이미의 <풍장의 교실>을 읽고 나서 심각하게 그 책을 떼어먹을 궁리를 했던 적이 있다. 회사 선배가 아니었다면 몰라도;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선배의 책을 떼어먹을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 절판된 책을 서울시내 모든 서점을 뒤져 사고야 말았던 기억이... 이렇게 야마다 에이미의 책들이 속속 나오는 걸 보면 참 기분이 묘하다. 그런데 어째서 여전히 <풍장의 교실>이 가장 재미있는지;

 

야마다 에이미가 소녀시대를 그리는 방법은 각별하다. 애틋하고, 절박하다. 어쩌면 이렇게 미화하지 않는지(정확히 말하면 또 다른 방식의 미화라고 볼 수 있지만,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샤방거림은 아니다) 종종 놀란다.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는 여러 연령대의 소녀들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일곱 살부터 대학을 졸업한 연령대까지, 정말 여러 연령대의 소녀들이 등장한다. 이 소녀들의 머릿속은 꽃미남에 홀리거나 입시에 목을 매는 것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로 복잡하다. 이를테면, 죽음, 같은.

 

본문 중의 "금방 사라져, 마치 불꽃같이"라는 말은 남녀관계에도 쓰일 수 있지만, 소녀(소년도 마찬가지)시절에도 쓰일 수 있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장통은 마음 속 어디선가, 쉽게 헤집을 수 없는 뻐근함을 동반하고 호명될 때를 기다린다. 이런 책을 읽으면, 그 시절의 복잡했던 머릿속이 떠오른다. 어른들이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던 시절, 마음 속은, 머릿 속은 얼마나 많은 것들로 부글거렸던가. 때론 불행하고 싶었고, 실제로 불행을 겪으면서 죽고 싶기도 했고, 많은 것들에 실망하는 법을 배우고, 기대치를 낮추는 법을 배우고... 어른이 되면서 배워야 했던 그런 많은 고통의 통과의례들. 야마다 에이미는 그런 고통을 잊지 않고 책으로 쓰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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