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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뜨거운 태양 아래의 어느 해변에서 읽을 책을 골라달라는 친구의 말에 <유지니아>를 추천했다. 읽고 나면 더 더울게 분명하지만, 또한 뒷목 서늘한 기분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는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맞아떨어진다. 20년전 대규모 독살 사건이 있었다. 일가가 몰살당했는데, 한 소녀만 살아남았다. ...그러면 범인은 그 소녀일까? 그런데 그 소녀는 앞을 볼 수 없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 10년이 지나 그 사건을 소설로 쓴 이웃집 소녀가 있고, 또 10년이 지나 누군가가 그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야기에 깊이 발을 들일수록, 난처한 소설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사건의 윤곽은 뚜렷해지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뿌옇게 흐려 보인다. 어느 순간 눈이 뜨일 것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지만, 녹록하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읽고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건, 여름의 무더위와...
몇 권 연속으로 읽은 뒤 한동안 질려 있었던 온다 리쿠의 세계를 좀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 내년 여름쯤에, 다시 한번 꺼내보면 그 징글징글한 아련함이 조금 더 선명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