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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 무협 단편집 -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
진산 지음 / 파란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무협을 많이 읽지 않았었는데, 진산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에 손에 든 책이다.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복수니, 의협이니 하는 개념들이 너무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무협이라는 장르 특유의 극단적인 즐거움을 약간 맛보는 데는 손색이 없는 책들이었다. 거의가 슬프게 끝난다. 왜 복수에 성공해도 행복할 수 없는 거야. 왜 살리고 싶은 사람을 살려도 개운치가 않은거야. 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여도, 10년이나 잊지 못하던 남자와 재회해도 마냥 기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거야. 대체 무협물의 세계관이라는 건 뭘까. 운명론, 그것도 비극적 세계에 갇힌 인간군상의 발악. 다들 어찌나 사연이 많은지. 멋진 남자들은 다 뭔가 문제가 있고 말이지. 좀 투덜대고는 있지만 꽤 신나게 읽었다. 그 절망의 순환구조라니. 저자가 로맨스 소설을 발표할 때 쓰는 민해연이라는 이름으로, 권말에 각 단편에 관련된 뒷이야기를 적은 부분도 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