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강요할수록 당신은 행복해진다. 당신은 이런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규율이 필요한 직업이다. 군대에서 행하는 일련의 의식이나 규율은 외부에서 보면 난센스 같다. 하지만 사실은 의식 자체보다 그의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난센스처럼 보일 수 있는 나의 의식, 습관들이 사실은 하루종일 나로 하여금 종이에 복종하게 하고 글에 존경을 표하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규율이란 것에 채찍질당하고 억지로 떠밀리고 길들여지고 훈련되면서 작가가 된 셈이다. 작가는 이렇게 탄생한다.
나는 언제나 헤밍웨이의 조언을 따라 만년필을 쥐자마자 그 전날 쓴 글을 다시 읽는다. 이는 내가 소설의 분위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을 다시 평가할 기회를 준다. 나는 단숨에 내 글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내린다. 일진이 안 좋은 날은 즉시 쫙쫙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래서 나는 스프링노트에 글을 쓴다.
내 계산에 의하면 나는 하루에 0.75장을 쓴다. 하루에 한 장도 채 못 쓰지만, 나의 하루 전부가 이 한장도 안 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 십오일 동안 안간힘을 다해 열 장을 쓰고도 나중에 전부 쓰레기통에 던지는 경우도 있다.
실상 작가는 자신이 불평하고 있기를 원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원하기도 하고 불평하기도 한다.
우리 작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수도승이다. 하지만 결국 사랑받길 원하는 존재이다.
인생의 매정함은, 영감이 존재하고 그것이 불공평하게 분배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모든 것은 내가 쓰기 위한 것이고 나는 계속 쓸 것이다.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