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장바구니담기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사라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는 게 좋아. 역사는 지울 수도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거야. 그건 당신이라는 존재를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52쪽

"이제 상처 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130쪽

나는 결국 혼자 남겨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쓰쿠루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다가왔다가는 이윽고 사라진다. 그들은 쓰쿠루 속에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을 찾지 못해, 또는 찾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체념하고(또는 실망하고 화가 나서) 떠나 버리는 것 같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설명도 없고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없이. 따스한 피가 흐르고 아직도 조용히 맥박 치는 인연의 끈을 날카롭고 소리 없는 손도끼로 싹둑 잘라 버리는 것처럼. // 분명 자기에게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낙담케 하는 뭔가가 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그는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결국 남에게 내밀 수 있는 건 뭐 하나 가진 게 없어. 아니, 그러고 보면 나 자신에게도 내밀 것이 하나도 없을지 모르지.-150쪽

나라는 인간 안에는 뭔가 뒤틀린 것, 비뚤어진 것이 잠겨 있는지도 몰라, 하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시로가 말한대로 나한테는 보이는 얼굴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면의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 늘 어둠 속에 감추어진 달의 이면처럼. 나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한 채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성 속에서 정말로 시로를 강간하고 그녀의 마음을 깊이 베어 찢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비열하게 힘으로 눌러서. 그런 어두운 이면이 언젠가는 표면을 능가하여 그것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270쪽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고생해서 손에 넣는 기쁨을 맛본 적도 기억하는 한 단 한 번도 없었다.-276쪽

그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이해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364쪽

"나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지 마. 난 그럭저럭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이겨 냈어. 밤바다를 혼자 헤엄쳐 건널 수 있었어.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해도, 어느 정도 오차야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지금과 같은 자리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어. 그런 느낌이 들어."-370쪽

"지금까지 나는 계속 내가 희생자라고만 생각했어. 이유도 없이 가혹한 짓을 당했다고 생각해왔어. 그 때문에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가 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비틀었다고. 솔직히 말해, 너희 넷을 원망하기도 했어. 왜 나 혼자만 이런 참혹한 꼴을 당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지도 몰라. 나는 희생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 칼날이 나를 벤 건지도 몰라."-376쪽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떄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사람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잘 알게 되면 될수록, 사라는 낙담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을까." // "쓰쿠루, 넌 좀 더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해. 생각해 봐. 내가 널 좋아했어. 한때는 나를 너한테 줘도 좋다고 생각했어. 네가 원한다면 뭐든 주려고 했어. 펄펄 끓는 피를 가진 여자애가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전혀 텅 비지 않았어."-380쪽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헤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4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건강한 정신을 가진 열정있는 개인으로,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파트너로 살아라! 꿈과 일, 돈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조근조근 잔소리가 듣기 싫지 않다. 그녀의 말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절판


"지금이 정상이다!" 제발 30대에 뭔가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네가 몇 년 노력했어? 네가 몇 년 돈 벌었어? 네 나이에 집을 사면 그게 정상적인 자본주의냐! 너는 아직 멀었어. 쌀이 익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왜 자꾸 밥뚜껑을 열어. 왜 밥이 설었었다고 성질을 부리느냐고. 닫아. 닫고 기다려. 제발 뜸 좀 들이라고. 그럴 시간에 너의 장점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10년 동안 어떻게 치고 나갈 건지부터 고민하란 말이야.-25쪽

능력변수=성실성×탁월함-39쪽

직장에서 나만 똑똑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똑똑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열 가지 중에 한두 개밖에 안 돼. 나머지는 대부분 뜨거운 전우애와 팀워크로 풀어야 해결돼. 내가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고 그들의 장점을 끊임없이 흡수하지 않으면 몇 달도 못 버티는 게 바로 직장이야. 내가 똑똑하고 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절대 착각하지 마. 이 세상 최고의 리더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장점만 내세우려 하면 절대 승자가 못 돼. -90쪽

직장은 원래 배움과 일이 동시에 공존하는 조직이야. 일에만 소모되지 말고 영리하게 배워. 그러면 5년 후에는 진짜 직장인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145쪽

처음에 설정해놓은 자기 목표치가 너무 낮아서 그 목표에 갇혀버린 거야. 두 번째 목표를 설정해놨다면 그 목표를 향해 뛰고 있을 애들이지. 그런데 두 번째 목표를 설정해놓지 못한 바람에 첫 번째 목표 안에 갇혀버려. 첫 번째 목표만을 염두에 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자리만 맴돌고 있는데 후배들은 어느새 내 근처까지 따라잡고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지. 게다가 하는 일이 전혀 새롭지 않아. 매일 반복하는 일이고 대충 해도 잘해. 일이 지겹지. 그때부터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는 거야.-159쪽

사람은 자기한테 익숙한 일을 하게 돼 있어. 어제 했던 그대로 휴대전화로 문자 보내고 있지 절대 책 안 읽는다는 거야. 어제 뛰던 힘으로 오늘을 뛰는 거야. 직장생활에서도 도약하려면 계속 뛰어야 해. 그럼 생각은 언제 하느냐고? 생각은 뛰다 멈춰서 하는 게 아냐. 뛰면서 틈틈이 하는 거지. -162쪽

일요일 저녁부터 일 모드로 들어가는 거지.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그중에 한 가지 정도는 하기 시작하는 거야. -181쪽

돈이건 살림이건 육아건 파트너십으로 서로 격려하면서 키워가면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을 거야.-274쪽

아빠가 된다는 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 참여할 때 가능한 거야. 엄마가 그냥 되는 게 아닌 것처럼. -300쪽

중요한 것은 내가 벌 수 있는 돈 안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빨리 찾아내는 거지.-325쪽

"이 세상 최고의 투자 종목은 바로 자신입니다." (워렌 버핏) -357쪽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계속 못 가. 그런데 한 번 갔다 온 사람은 두 번째 여행을 떠날 용기가 생기지. 그래서 여행은 일단 떠나는 게 중요해. -3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Drive 드라이브 -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다니엘 핑크 지음, 김주환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그(디씨)는 "돈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사용될 경우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인 관심을 잃는다"라고 말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몇 시간 잠을 쫓을 수 있는 것처럼 보상은 단기간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결국 사그라지며, 심지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장기적인 동기마저 줄어든다. 디씨는 인간에게는 "새로운 것과 도전이 될 만한 것을 추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수행하며, 탐구하고 배우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제3의 드라이브는 다른 두 개의 욕구에 비해 훨씬 약하며, 적절한 환경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후 그는 발표 논문에서 "아이들이나 직원, 학생들의 내재 동기를 개발하고 고양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전적인 보상처럼 외부에서 통제되는 체제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14쪽

애머빌은 이를 ‘창의성의 내재 동기 원리’라고 불렀다. "내재 동기는 창의성을 유도하지만, 통제적인 외재 동기는 창의성에 해가 된다." 다시 말해서 동기 2.0의 중심 개념이 현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발견적 우뇌작업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이다.-45쪽

보상은 행동의 의미를 바꿔버리는 유별난 연금술이라고 하겠다. 보상이 있기에 흥미진진했던 일이 틀에 박힌 지루한 업무로 변형되고, 놀이는 일이 된다. 보상은 내재 동기를 축소시키면서 성과와 창의성,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모두 도미노처럼 무너뜨린다. 이 현상을 ‘톰소여 효과’라 부르기로 하자(톰소여 효과에는 놀이를 일로 바꾸거나 일을 놀이로 바꾸는 양면의 특성이 있다).-53쪽

"외적 보상보다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 회화와 조각을 추구한 예술가들이 결국에는 사회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예술을 창조했다. 외적 보상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마침내 외적 보상을 받게 된다."-66쪽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람들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힌 자율성을 일깨워야 한다. 자기주도라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야말로 동기 3.0과 I유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125쪽

첫 번째로 이런 회사의 직원은 ‘골디락스Goldilocks(동화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소녀-역주) 업무’, 즉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도,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지도 않은 도전을 받는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자주 좌절한다. 해야 할 일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면 불안이 엄습하고, 반면 자신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지루함이 찾아온다(칙센트미하이는 자기목적경험에 고나한 최초의 저서 제목을 『지루함과 불안을 넘어서Beyond Boredom and Anxiety』라고 지었다. -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몰입의 기술』이다-역주).-167쪽

드웩의 통찰력은 동기 2.0과 동기 3.0의 기저가 되는 구별된 행동과도 잘 연결된다. X유형의 행동은 지능의 실체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학습 목표보다 성과 목표를 선호하고 노력을 나약함의 표시라고 여기고 무시한다. 한편 I유형의 행동은 지능의 증가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성과 목표보다 학습 목표를 중시하고, 노력을 중요한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고 환영한다. 첫 번째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면 숙련에 이를 수 없으나 두 번째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때 숙련은 반드시 찾아온다.-173쪽

에릭슨은 "예전에는 타고난 재능이라 믿어졌던 많은 특징들이 실제로는 최소한 10년의 격렬한 연습 결과"였다고 지적한다. 운동이나 음악, 경영에서 숙련에 이르려면 오랜 시간(일주일이나 한 달이 아니라 10년)의 노력(어렵고 고통스러우며 힘들며 모든 것을 소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175쪽

줄리어스 어빙Julius Erving(‘닥터 J’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농구선수-역주)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날에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177쪽

올바른 방식으로 칭찬하기
● 지능보다는 노력과 전략을 칭찬한다.
●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 개인적으로 칭찬한다.
● 칭찬할 이유가 있을 때에만 칭찬한다.-245쪽

I유형의 훈련 계획
● 자신의 목표를 세운다.
● 러닝머신을 버린다. (톰소여의 효과를 유리하게 사용해서 일을 놀이로 바꾼다)
● 숙련을 기억한다. (시간이 경과함에따라 운동의 강도를 꾸준히 높여간다)
● 자신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보상한다. (‘이제-했으니까’의 보상)-276쪽

자기결정성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있다. 첫째는 자율성인데, 이는 "스스로 내 삶의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린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라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욕구다. (중략)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자율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늘 확인하는 것은 그 일을 성공적으로 잘 해내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팀원, 직원, 학생, 자식)에게 어떤 일을 열심히 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있어서도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 더 신나게 열심히 일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298쪽

자기결정성이론이 강조하는 두 번째 기본적 심리욕구는 유능성인데, 이는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싶은 욕구다. 즉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혹은 숙달mastery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중략) "나는 유능하고 내가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유능감이야말로 높은 수준의 동기를 유발한다.-299쪽

셋째는 관계성인데, 이는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사랑받고 있으며 외롭지 않다"라는 느낌을 갖고 싶은 욕구다. 세상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행복하고 유능하다. (중략)결국 자기결정성이론의 핵심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욕구가 충족될수록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더 높은 수준의 내재 동기를 갖게 되며, 더 열심히, 더 신나게, 더 많은 성과를 내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3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조선후기 대동법이 시작되고 정착되기 까지 힘썼던 네 명의 인물을 관찰하고 있다. 지은이는 정치의 근본은 민생을 살피는 것이라는 인식 하에, 대동법을 주장했던 이들을 우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의 또 다른 책 이름이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이 묘하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와 비슷하기도 하고 저번 대선에 대두되었던 화제가 ‘복지’와 ‘생활정치’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인가 말하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를 ‘당쟁’이나 거듭하고 ‘예송’과 같은 쓸데없는 논쟁이나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역사로 보는 시각이 식민사관에 근거한 것이라는 반성이 있어왔다. 때문에, 요즘에는 ‘붕당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고 성리학 연구의 깊이와 사상적 완성도를 추어올리는 연구도 많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헛헛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는 법인지라, 위정자들이 깊은 사유에 골몰하느라 민생과 국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이런 문약한 흐름에 돌출되어 보이는 것이 대동법이고, 민생정치의 전범으로 지은이는 파악하고 있다.

 

  사실 대동법은 위대한 정치가의 탁견으로 단숨에 시행된 정책이 아니다. 여러 사람에 의해 개혁 방안이 제기되고, 그것이 수렴되고 반발을 이겨내고 정착되는데 백여 년이 넘게 걸린 지적이고 정치적인 흐름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대동법을 둘러싼 인물들의 여러 차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이이에게서는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를 발견하고, 김육에게서는 뛰어난 정치가의 측면을 조명하는 식이다. 또한, 이원익은 유능한 관리, 조익은 현실 참여형 학자의 전범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라 사실 이 네 명의 인물을 통해 사회지도층, 즉, 학자・관료・정치가의 모범을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가장 명심해야 할 말은 이이가 「만언봉사」에서 언급한 다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신은 삼가 아룁니다. 정사(政事)는 시의(時宜)를 아는 것이 귀하고, 일은 실공(實功)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사를 하면서 시의를 모르고, 일을 당하여 실공에 힘쓰지 않으면, 비록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만난다 하더라도 치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이의 「만언봉사」에서 재인용) _ 93쪽

  정리하자면 첫째,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둘째, 무엇을 해결해야 되는지 알았다면 탁상공론에 얽매이거나 무식하게 밀어붙여서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가 나도록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정책을 집행하거나 정치가가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명쾌한 해답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렇다면 동 시대를 살았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들이 ‘시의’를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은 백성들의 삶, 즉 현실을 자신의 것으로 파악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김육은 직접 농사를 짓고 참숯을 만들어 팔만큼 ‘백성의 관찰자가 아닌, 그냥 백성 중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고, 다른 인물들도 도성의 중심에 있기 보다는 교외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백성들의 삶을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현장을 직접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현장방문이 ‘사진 찍는 행사’로 비쳐지고, 공무원들의 외부 출장을 ‘농땡이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에서 현장정치의 정착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현장정치는 이이를 비롯한 네 분의 위인이 보여주었던 현장정치와는 다른 ‘사이비’에 가깝다. 마치 꿈처럼 일시적인 경험일 뿐, 자신의 삶과의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잠곡에서의 그는 백성들의 삶을 철저하게 경험했다. 사회경제적, 문화적으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 혹은 계층의 삶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그 삶을 일시적으로 살았다고 해도 본래의 자신의 삶과 관련성이 끊어지지 않는 한, 그 경험은 표면적일 수밖에 없다. 마음으로 그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그는 백성의 관찰자가 아닌, 그냥 백성 중 하나였다. 백성의 삶은 머리가 아닌 그의 몸과 생활에 젖어들었다. 스스로 여러 차례 말했듯이 김육은 자신의 삶이 잠곡에서 그렇게 끝나리라고 예상했다. _ 351쪽

  이제 다시 생활정치다. 이념도 중요하고 사상도 필요하지만 사람과의, 삶과의 관련성이 멀어지게 되면 허공에 둥둥 뜬 채 떠다니게 된다. 우리는 위정자란 대저 ‘큰 일’을 논해야 하고 먹고 사는 일을 논하는 것은 마치 ‘작은 일’인 것처럼 생각해왔다. 하지만 작게 생각했던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몸은 삼궤구고두의 치욕을 겪으면서도 마음만은 오랑캐에게 굴하지 않았던 결기도 필요하지만, 애초부터 오랑캐의 야욕을 꺾을 수 있도록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상과 이념의 투쟁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삶을 윤택하고 여유롭게 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 책에서 다룬 네 명의 위인들이 지금 이 시대 사회지도층들의 전범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