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청상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절판


시비와 이해의 네 가지 조합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삶의 등급이 있다. 옳은 일을 해서 이롭게 되는 것이 첫째요, 옳은 일을 하다가 해롭게 되는 것이 둘째다. 그른 일을 해서 이롭게 되는 것은 셋째다. 그른 일을 하다가 해롭게 되는 것이 넷째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기란 쉽지 않다.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를 입는 것은 싫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른 일을 해서라도 이로움을 얻으려고 하다가 마침내 해로움만 불러들이고 만다. 첫째는 드물고 둘째는 싫어 셋째를 하다가 넷째가 되고 마는 것이다. -19쪽

저녁 무렵 숲 주변을 산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한 어린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참새처럼 수도 없이 팔짝팔짝 뛰는 것을 보았다. 마치 수많은 송곳으로 창자를 찌르고, 절굿공이로 마구 가슴을 짓찧는 것 같았다. 하도 참혹하고 절박해서 얼마 못 가 죽을 것만 같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나무 밑에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빼앗아갔다는 것이었다. 아아! 천하에 이 아이가 우는 것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저 벼슬을 잃고 세력이 꺾인 자나, 재물을 손해보고 돈을 다 써버린 자, 그리고 자식을 잃고 슬퍼 실성할 지경이 된 사람도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밤 한 톨의 종류일 뿐이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示二子家誡)-30쪽

요컨대 아침볕을 받는 곳은 저녁 그늘이 먼저 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이리저리 옮겨 불어 한시도 멈추는 법이 없다.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눈은 건곤을 작게 보고, 손바닥은 우주를 가볍게 보아야만 한다.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贐學游家誡) -36쪽

한 차례 배불러 살이 찌고, 한 번 굶어 수척한 것을 일러 천한 짐승이라 한다. 안목이 짧은 사람은 오늘 뜻 같지 않은 일이 있으면 낙담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내일 뜻에 맞는 일이 있게 되면 생글거리며 얼굴을 편다. 일체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분노,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달관한 사람이 이를 보면 비웃지 않겠는가?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贐學游家誡)-44쪽

허물이 잘못이 아니라, 뉘우침이 없는 것이 잘못이다. 사람은 뉘우침을 통해서 향상하는 존재다. 허물을 돌려 장점으로 만들어라. 위기를 바꿔 기회로 만들어라.-59쪽

사람은 늘 스스로를 가볍게 보고 자신을 업신여긴다. 그런 까닭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헐뜯거나 기리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칭찬한다. 그 사람의 영욕과 이해가 이처럼 서로 아득한 줄은 생각지 못한다. 허락해서는 안 되는데 허락하는 것은 잘못이 오히려 내게 있지만, 배척해서는 안 될 때 배척하는 것은 해로움이 장차 남에게 미친다.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은혜와 원한은 흔히 한 마디 말 때문에 생기고, 화와 복은 한 글자로 인해 야기된다. 명철한 선비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도산사숙록 陶山私淑錄)-64쪽

옛날에 소현령蕭縣令이 부구옹浮丘翁에게 다스림에 대해 물었다. 부구옹이 말했다. "내게 여섯 글자의 비결이 있네. 그대가 사흘간 재계하면 들을 수 있을 것이네." 소현령이 그 말대로 하고서 청했다. 부구옹이 먼저 한글자를 주었는데 ‘염廉’자였다. 소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청하였다. 옹이 다시 한 글자를 주는데 ‘염’자였다. 소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다시 청하였다. 옹이 마침내 한 글자를 주니 역시 ‘염’자였다. 소현령이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이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부구옹이 말했다. "자네가 하나는 재물에다 쓰고, 하나는 여색에다 베풀며, 또 하나는 직위에다 사용하게." 소현령이 말했다. "여섯 글자를 다 받을 수 있습니까?" 옹이 말했다. "또 목욕재계를 사흘간 하면 들을 수 있을 것이네." 소현령이 그 말대로 했다. -70쪽

부구옹이 말했다. "자네가 듣고 싶은가? 나머지 세 글자도 모두 ‘염廉’일세." 소현령이 말했다. "그토록 중요합니까?" 옹이 말했다. "앉게. 내 자네에게 말해주지. 청렴에서 밝음이 나오는 법일세. 사물이 실정을 숨길 수가 없게 되네. 청렴에서 위엄이 나온다네. 백성이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지. 청렴하면 강직하니 윗사람이 감히 얕잡아 볼 수가 없게 된다네. 이런데도 다스리기에 부족하겠는가?" 소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띠에다 이를 써서 떠나갔다.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주는 말 爲靈巖郡守李鐘英贈言) _ 70쪽-70쪽

상관이 나를 엄한 말로 위협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간악한 아전이 비방을 꾸며서 나를 겁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보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재상이 청탁으로 나를 더럽히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붙들려 하기 때문이다. 무릇 작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하루도 이 지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중략) 만약 큰 구슬을 품은 자가 강한 사람을 만나 오로지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 지위를 보전하기가 어렵다.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주는 말 爲靈巖郡守李鐘英贈言)-80쪽

잘못을 지적하면 부끄러워 더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까짓 게 하면서 원망을 품는다. 오류를 깨달아 인정하는 것이 공부다. 과오를 바탕으로 거듭나는 것이 공부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것이 공부다. 그저 고여만 있고, 저 잘난 맛만 있다면 그런 공부는 해서 무엇 하겠는가?-97쪽

대저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고 새로운 견해 내기를 힘쓰는 것은 진실로 큰 병통이다. 지혜를 버리고 뜻을 끊어 온전히 옛 경전을 답습하는 것 또한 실제 소득이 없다. 배우는 자가 선유의 학설에 대해 실로 의심나고 궁금한 점이 있거든 서둘러 다른 의견을 내지 말고, 또한 지나간 일로 속단하지도 말라. 모름지기 환히 깨달을 때까지 연구하여 말한 사람의 본래 뜻을 얻기에 힘써 되풀이해서 검토하고 징험해야 한다. 그러다가 혹 얼음 녹듯 말끔히 풀려도 가만히 혼자 한번 웃을 뿐이다. 혹 그 잘못된 곳이 더 보이더라도 또한 부드럽게 용서하고 좋게 이해해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보았기 때문에 그 주장이 이와 같았다. 이제 이렇게 보면 주장이 마땅히 이러할 것이다"라고 해야 한다. 어찌 반드시 겨우 한 부분을 보고 마치 기이한 재화라도 얻은 것처럼 몰래 기뻐 뛰면서 옛것을 배척하고 자기를 내세움을 모기령毛奇齡이 했던 것처럼 거리낌 없이 하겠는가? (도산사숙록 陶山私淑錄)-100쪽

공부는 대단한 벼슬이 아니다. 학문한다고 으스대는 것은 공부가 덜 된 증좌다. 인간의 길과 멀어지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학문을 하자면 추위와 주림을 견디며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벌벌 떠는 천리와 배고픈 음양보다 떳떳한 인간의 길을 찾는 것이 먼저다. 자신을 들들 볶고 주위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이것을 착각하는 사람이 참 많다.-103쪽

정신이 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책 읽기에도 변화를 주어라. 뜻을 세워 사려 앉아 책을 읽더라도, 때로 산뜻한 독서로 엉긴 기운을 풀어주어야 한다. 산에 봉우리가 있고 골짜기가 있듯, 깊이 들어가는 사람과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듯, 밥도 먹지만 간식도 찾듯이 변화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것을 독파하기 전에는 다른 책에 손도 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도 좋지만 그로 인해 제 몸을 들들 볶으면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중도에 뜻이 꺾이고 만다.-131쪽

어슷이 알지 않고 투철하게 알고, 뭉뚱그려 보지 않고 낱낱이 갈라보는 공부라야 한다. 그저 그렇겠지 하고 대충 넘어가서는 발전이 없다. 변화도 없다. 이렇게 공력이 차곡차곡 쌓아면 어느 순간 식견이 툭 터진다. 한번 터진 식견은 다시 막히는 법이 없다. 아무 걸림 없이 시원스럽게 된다.-143쪽

정자나 주자처럼 어질고 지혜로운 이도 자신의 저술에 대해 문인이나 가까운 이에게 마음대로 잘못을 지적하게 하여 이에 따라 되풀이해 다듬었다. 그럴진대 하물며 초학말류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우연히 기록한 것이 있으면 편벽되어 고집하고 굳게 붙들어 옮기거나 고치려들지 않는다. 깨끗이 베껴 써서 보배로이 간직해두고, 남을 만나면 뽐내며 보여준다. 칭찬과 기림을 취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간혹 비판을 받으면 얼굴이 벌게져서 기꺼워하지 않으면서 어거지 말로 잘못을 덮어 가리려 든다. 속으로는 부끄럽지만 겉으로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이렇듯 대충대충 구차하게 때워 넘기는 자는 옛 선현들의 천하에 공정한 마음을 살필 때 어떠하겠는가? (도산사숙록 陶山私淑錄)-188쪽

정월 초하룻날 가난한 선비가 앚아서 일년 먹을 양식을 따져보면 진실로 아마득하다. 생각으로는 하루도 못 가 굶주림을 면치 못할 것만 같다. 하지만 섣달 그믐날이 되어도 여전히 여덟 식구가 모두 살아남아 한 사람도 축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되짚어봐도 어찌된 셈인지 알 수가 없다. 너는 이 이치를 능히 알겠느냐? 누에게 껍질을 까고 나오면 뽕잎이 움터 나온다. 갓난아이가 어머니 태에서 나와 울음소리를 내면 어미의 젖이 벌써 주루룩 흘러내린다. 양식을 또 어찌 근심하겠느냐? 네가 비록 가난해도 근심하지 말아라. (윤종심에게 주는 말 爲尹鐘心贈言)-212쪽

무릇 사대부의 가법家法은 바야흐로 득의하여 벼슬길에 있을 때에는 서둘러 산비탈에 집을 세 얻어 처사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만약 벼슬길에서 떨려나면 서둘러 서울 언저리에 기대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지금 죄인의 명부에 이름이 올라 너희로 하여금 잠시 시골집에 숨어 지내게 하였다. 장차의 계획대로라면 도성의 10리 안쪽에 살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가세가 기울어 깊이 들어갈 수 없으면 모름지기 잠시 근교에 머물며 과일을 심고 야채를 기르며 생활을 도모하도록 해라. 재물이 조금 넉넉해질 때를 기다려 그때 저잣거리 가운데로 들어와도 늦지 않다. 화복禍福의 이치는 옛사람도 의심한 지가 오래되었다. 충효를 한다 하여 반드시 재앙을 면하는 것이 아니고, 음란 방탕한 자가 꼭 복이 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을 행하는 것이 복을 받는 길인지라 군자는 힘써 선을 행할 뿐이다. 예로부터 화를 입은 집안의 남은 자손들은 반드시 높이 날고 멀리 숨어, 오직 산속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만을 염려하였다. 하지만 필경에는 노루나 토끼가 되고 말 뿐이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示二子家誡)-230쪽

큰돈은 쉽게 쓰고 작은 돈은 아껴 쓰라.-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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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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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메시지는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강연, 책에서 접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새로웠다. 안철수는 이 책을 통해 복지, 경제, 교육, 통일 등 매우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생각들은 소위 진보 진영의 의견과 근접해 보이나 대부분은 중도적 통합책, 점진적 개선책들이며, 대학 입시의 논술 시험에 제시해도 될 모범답안들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합리적이며, 개혁적이고, 통합적이라는 세간의 그에 대한 평가를 더 강화시켜줄 것이다. 물론, 나도 이런 건강한 생각을 가진 지식인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하지만 여러 현안들에 대해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할까?' 라는 걱정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생각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생각을 실현하는 자리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을 움직여야 되고, 정치인들을 끌어들여야 하며, 이익단체들을 조율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서도 안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추진의 동력이 떨어지면 실현될 수 없다. 과거 10년 민주정부를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안철수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라 지금은 여야 그 어느쪽에서도 확실한 비토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당선된다면 가혹한 길들이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안철수의 성향을 의심하고, 한쪽에서는 안철수의 진심을 오해한다. 어느 쪽도 확실한 자기 편이 없는데, 안철수가 크고 작은 이 정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혹시 안철수와 청와대가 우군을 잃고 고립되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정치적인 이상을 오히려 정치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루지 못하는 역설이 현실화될까 두렵다. 굳이 정치를 하지 않아도 안철수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본인에게나 우리 사회에 더 이득이 되지는 않을지. 2013,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내각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자리가 꼭 청와대 안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 그가 꿈꾸는 미래가 내가 꿈꾸는 미래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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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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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정치 쪽도 의미가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열정을 갖고 몰입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40대까지는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봤고요.-28쪽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제가 뭐든 처음부터 척척 능숙하게 해냈던 적은 없었습니다. 사장이 된 후 수많은 실수를 했어요. 다만 절대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고 실수를 통해서 배워나갔습니다. 교수가 된 후에도 처음엔 강의를 잘 못했는데, 부족한 부분을 계속 메모하고 고쳐나가서 결국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최고 수준의 강의평가를 받는 교수가 될 수 있었죠. 그러니까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인 거죠.-38쪽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옵니다. ‘많은 사람들을 짧은 순간 속일 수 있고, 소수의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죠. 결국 진심은 전달이 된다고 믿습니다. -41쪽

해명할 것은 했지만, 완전히 억지를 쓰는 일부 공세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그러는 이유가 보이니까 오히려 무시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진실이니까요.-50쪽

사람들은 인상이 부드럽거나 선해 보이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선한 것은 약한 것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것의 반대는 악한 것이며, 약한 것의 반대는 강한 것이지요. 따라서 선하면서 강할 수 있고, 반대로 악하면서 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70쪽

전쟁과 정치는 적과 싸우는 점은 같답니다. 그런데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고, 정치는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궁극적인 목적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적을 믿으면서 싸우는 것, 기본적인 믿음은 가지면서 대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얘깁니다. 이런 믿음 위에서 소통의 정치를 추구해야겠죠. -91쪽

남유럽국가들의 복지 수준은 유럽에선 하위권에 불과합니다. 복지 지출이 많아 재정위기를 맞았다면 훨씬 수준이 높은 북유럽이 먼저 망했어야 했겠죠. 그런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복지의 안전망이 오히려 위기에서 경제를 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남유럽의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 즉 부동산시장 붕괴와 구제금융, 재정지출 확대가 원인이었고 유로 통화 통합으로 환율의 경기대응 기능을 잃은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데 무리한 감세 정책을 써서 조세 수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늘어난 것, 탈세가 만연한 것, 복지 설계가 사회 서비스 확충 대신 현금소득 지급 위주로 잘못된 것 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죠. 복지를 늘릴 때 재정 건전성을 함께 생각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이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형편에서 좀 늘리자는 얘기를 두고, ‘재정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99쪽

우리나라 재벌들은 물론 자신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많은 자원을 몰아주고, 노동자들이 희생했기 때문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죠. 가난한 집에서 맏이만 대학에 보내는 것처럼 다른 가족의 희생 위에서 출세한 셈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재벌들은 모든 걸 제 스스로 이룬 것처럼 행동하면서 이익을 독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았죠. -119쪽

반면 과도하게 근본적인 접근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인 변화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125쪽

창의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좋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우선 호기심이 기본이고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194쪽

눈앞의 이익이라는 논리로만 따지다 보니 우리나라가 사람 목숨 값이 싼 나라가 됐는데요. 지금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거나 사람들에게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국가가 경제논리만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204쪽

중후장대형 원전에 비해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올 것입니다. 예전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당시의 주무장관이 "처음엔 산업규모가 왜 이렇게 작은가 하고 놀랐고, 작은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하고 두 번 놀랐다"며 "비효율적인 산업"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거꾸로 생각해보시면 좋겠다"며 "작은 규모에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의미는 바꿔 말하면 고용 창출이 많이 되는 산업이라는 뜻이니, 조금만 육성하면 엄청나게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죠.-208쪽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얘긴데요. 대학교를 중퇴하고 캠퍼스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갑자기 예쁜 글씨체를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에 들어갔대요.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흥미를 느껴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10년 뒤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고 매킨토시를 만들 때, 그때 배운 실력으로 최초의 컴퓨터 폰트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잡스는 "열심히 살다 보면 옛날에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모두 연결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게 영어 표현으로 ‘connected dot(연결된 점)’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신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경험이라도, 혹은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요. 한번 시도해봐서 내 적성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더라도 나중에 다른 선택을 할 때 틀림없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각만 하고 있지 말고 도전해야죠.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248쪽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 잘 맞을지 확신할 수 없다면 좀 더 노력해서 둘 다 해보라는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계속 열심히 하면서 저녁 시간, 주말 시간을 희생해서 새로운 관심 분야의 공부를 더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만큼 실력이 쌓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돼요. 미지의 세계로, 전혀 모르는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 가운데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죠. 주위에서 볼 때는 과감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그래서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에요. 단지 힘들 뿐이죠. 고달프게 힘들게 살 자신이 있으면 그 사람은 도전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249쪽

저는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약점은 관리만 잘하고, 자신의 강점을 살리거나 자기의 성격에 맞는 것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252쪽

첫째, 절대 동기동창과 비교하지 말자. 잘나가는 친구와 비교하는 대신 내가 가고 싶은 길과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위만 올려다보지 말고 아래를 보자. 산을 오를 때 정상만 바라보면 힘들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그래도 이만큼이나 왔구나’ 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잖아요. 셋째, 너무 장기 계획을 잡지 않는다. 3년 후에 뭘 이루겠다고 하면 3년 동안 참기가 너무 힘들어요. 매년 계획, 매달 계획을 세워서 점검하고, 잘했으면 자기한테 상을 주는 거예요.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본다든지, 자그마한 승리가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거든요.-256쪽

우선 사회구조의 문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경쟁과 비교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게 좋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세요.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더 가치 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세요. 동시에 이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준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굶주리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내가 받은 것을 장차 일부라도 돌려줘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 중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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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의 재발견 -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이 F. 바우마이스터 & 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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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력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과학적인 접근이 어려운 영역인 것만 같다. 마치 과 같은 영역의 힘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의지력을 하나의 실체로 인정한다. 심지어 의지력의 발휘는 포도당의 소모와 관련이 있고, 의지력이 고갈되면 포도당을 공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지력을 순전히 정신적인 힘으로만 생각해온 우리들에게 저자의 진지함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더 나아가 자기계발보다 자기절제가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실험을 토대로 의지력을 발휘하여 자기절제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들을 안내하고 있다. 책의 결론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미국식'으로 뻔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심리학 실험에 대한 학술서인 듯 자기계발서인 듯 모호한 자리매김이 흥미롭다.

 

  여러가지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비현실적인 완벽함보다는 현실적인 목적달성을 추구하고, 장기보다는 단기로 계획을 세워 성공시 보상을 제공하라는 지침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귀담아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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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의 재발견 -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이 F. 바우마이스터 & 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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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1. 우리에겐 사용함에 따라 소진되는 일정한 양의 의지력이 있다.
2. 우리는 모든 종류의 과제를 수행할 때 똑같은 양의 의지력을 사용한다.-51쪽

의지력의 근원은 하나이다. 따라서 각기 다른 새해 계획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나를 이루려고 애쓰다 보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몰입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55쪽

프랭클린의 결론은 이렇다. "전체적으로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완벽함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 노력 덕분에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96쪽

과제를 끝마치지도 못하고, 일에 대한 진전이 없었음에도 계획을 세우는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 마음이 정리되고 자이가르닉 효과(끝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이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자이가르닉 효과가 계속 남았다. -111쪽

자아 인식과 자기 절제의 연관성은 알코올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연구자들은 술을 마신 후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자기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아 인식이 줄어들면서 자기 절제력도 떨어지고, 그로 인해 싸움을 하거나 담배 피우는 횟수가 늘고 과식을 하게 되고 성적인 실수가 잦아지고 다음 날 아침 수많은 후회 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다. 술을 깬 다음날,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자아 인식의 귀환이다. 자아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핵심적인 임무, 즉 나와 타인이 지정해놓은 기준에 자기 행동을 비춰보는 임무를 상기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147쪽

블레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머릿속으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나가다 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큰 목표도 성취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어떤 것에 대한 훈련이 아니라 목표를 좀더 어렵게 잡고 그것을 성취하면, 다음 목표로 나아가는 데 힘과 여유가 생기죠. 저에겐 그게 바로 훈련입니다.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 말입니다."-166쪽

자기 절제력을 발휘해 습관을 만들다 보면 장기적으로 볼 때 적은 힘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204쪽

지옥 주간 훈련을 이겨낸 소수의 대원을 떠올리며 에릭은 하나의 공통점을 꼽았다. "그들은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어떻게 하면 내 곁에 있는 동료를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또 순간적인 용기와 육체적 강인함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와 더불어 타인을 생각하는 넓은 가슴을 갖고 있다."-210쪽

기억해야 할 것은 자기 절제를 가르치고 싶다면 어떤 보상이든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돈을 쥐어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대신 미리 목표를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264쪽

10대 때 지켜보는 어른이 없다는 게 범죄 행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밝혀졌다. 상담사들은 당시 이들 10대의 학교 밖 행동이 어른에 의해 얼마나 자주 통제되는지 기록해놓았는데, 어른들의 관리 감독 아래 시간을 많이 보내면 보낼수록 나중에 형사상・민사상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었다. -269쪽

부유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복근만큼 널리 갈망하는 것은 없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다이어트 산업에 그 돈을 갖다 바치지만, 이상적인 몸매는 점점 더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체중 감소는 사람들이 해마다 가장 애용하는 신년 결심임과 동시에 실패를 거듭하는 일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다이어트는 대부분 실패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히 날씬한 몸을 약속할 수 없다. 하지만 체중 감소에 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일단 좋은 소식부터 전해보자. 당신이 체중 조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다음의 세 가지 규칙에 따르기 바란다.
1. 절대 다이어트하지 말 것.
2. 절대 초콜릿이나 다른 음식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지 말 것.
3.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과체중과 의지력 부족을 절대 동일시하지 말 것. -275쪽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에서 쓴 것처럼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그 일을 꼭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다름없다." -301쪽

디저트를 거부하는 데는 의지력이 필요하지만, 마음에게는 "절대 안돼"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중에"라고 하는 편이 훨씬 부담이 적은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갈망도 줄어들고 실제 섭취도 줄어든다. 게다가 다른 실험에서 증명한 것처럼 기다림을 통해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304쪽

불가능할 것 같은 거대하고 빠른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317쪽

애런 패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관리자와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간단히 세 개 정도의 목표를 세우라고 말합니다. 세 개 이상의 목표를 세우면 안 되고, 세 개 미만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매주 지난주에 한 일을 확인하면서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이번 주에 해야할 가장 중요한 목표를 각각 세 개씩 정하지요. 자신이 세운 목표 중 하나나 두 개 정도만 달성하고 나머지는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목표를 끝마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음 목표로 건너뛰지 못합니다. 이런 방법은 단순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해줍니다."-321쪽

물론 아예 신용카드를 갖고 가지 않으면 옷가게에서 빚지는 것을 더 쉽게 피할 수 있다. 선제적 예방 조치는 확실한 공격 무기이다.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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