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포석 - 제12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호리에 도시유키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사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먹는 음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시시콜콜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뜸을 들이는 소설들 말이다. 내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경험이 협소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나혼자 겉돌고 있다는 느낌과 지겹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이내 하품을 하고야 만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굳이 생수가 아닌 '미네랄 워터'를 마시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들로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내내 불편하게 느껴졌던 사실들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실제로 작가는 프랑스에서 유학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에 수록된 세 작품모두 배경이 프랑스이다. 때문에 소재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데, 일단 제목부터가 이질적임을 넘어서 난해하게 느껴진다. '곰의 포석'이라는 말은 라퐁텐의 우화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 우화는 '한 마을에 곰과 노인이 있었는데 외롭던 그들은 이내 서로 친구가 됐다. 노인이 자는 동안 파리를 쫓아주는 것이 곰의 일과였는데, 하루는 노인의 코에 파리가 앉았는데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곰은 포석(鋪石 - 도로포장에 쓰이는 돌) 하나를 노인의 머리에 던졌고 노인은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곰의 포석'은 '쓸데 없는 호의나 간섭'이라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주인공과 얀은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뛰어난 투수'라는 점에서나 다른 면에서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하지만 얀과 주인공은 충돌하지는 않지만 어떤 거리감이 존재한다. 얀은 유대인으로 자신의 민족과 가족이 겪은 비극이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선뜻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얀이 그런 감정들을 풀어놓을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만 고민한다. 그러던 도중 라퐁텐 우화를 알게 되고 자신이 우정의 이름으로 던진 말들이 '곰의 포석'처럼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글을 읽고나서 그 경험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 경험들과 이 소설과 나의 생각들이 머리 속에 뒤섞였다. 우리는 우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공적인 슬픔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슬픔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견뎌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상대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하고 방관한다면 도대체 사랑과 우정이란 왜 필요한가. 그렇다고해서 서로의 고통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한 마디 '지어서' 던지는 것은 얼마나 위험하고 위선적인 것인지. 결국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우정이나 사랑이라고 이름붙이는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저 옆에 있어주면서 스스로 슬픔을 이겨내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라퐁텐의 우화에서처럼 노인의 코에 붙은 파리는 언젠가 날아가게 되어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슬픔과 고통도 얼마간은 지겹게도 괴롭히겠지만 결국에는 사라지게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해결방법은 상대방의 고통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달라져야 한다. 일단 가해자의 사과가 우선 행해져서 얼음처럼 차가운 상대의 마음을 녹여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선행된 이후에야 '그저 관조하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해결책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일본인 작가의 이 소설이 자칫 위안부 할머니나 태평양 전쟁 중 강제징용 피해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고통에 대한 그럴듯한 위선책이 될까 걱정되서이다. 서로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묶여있는 경우에는 '그저 지켜보고 있는 것'이 피해자에겐 오히려 더 큰 '곰의 포석'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었다. 나는 소설을 포함한 어떤 글이든 '얼마나 상대의 공감을 얻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내 경험 속에서 비슷한 기억들을 끄집어내면서 호감을 주었다. 하지만 일본 작가에게서 프랑스를 보는, 장황한 '미네랄 워터'들을 읽는, 그 느낌들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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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화장품
평점 :
단종


끈적한 느낌이 있긴하지만 향도 좋고 오래가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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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 연산군일기, 절대권력을 향한 위험한 질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리즈에 한 번 중독되면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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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지식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모든'이라는 단어가 다소 오만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독자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600쪽이 넘는 분량도 그렇다. 두꺼워서 지루하지나 않을까 지레 걱정이 되지만 괜한 생각일 뿐이다. 150가지의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보기좋게 나뉘어져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서평이 아니라 출판사의 홍보문구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첫인상이 떠나질 않았다.

  애초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이 책에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어떤 지식을 책에 담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여태까지 읽은 책들에서 '인류 지성과 문명의 진보에 기여한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서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기준에 따라 선별된 150가지의 소재들은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알게 된 이야기들도 있었고, 그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 특히, '고양이 상인 휘딩턴', '사코와 반제티', '히파티아'에 대한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이 좋은 소재들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책이 여러 책에서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재배열'한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똑같은 내용이었더라도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자의 몸을 한 바퀴 돌고 나온 흔적들이다. 때문에, 저자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 되어 독자를 만난다. 이 책은 소재의 선정부터 구연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저자화'된 결과물인 셈이다. 이처럼 '교수님의 강의'가 아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까닭에 소재의 참신함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같은 소재도 이야기꾼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또한, 저자도 자신의 독서편력의 결과로 이같은 책을 냈듯이 나도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내가 이 책과 똑같은 소재로 책을 엮는다고 해도 저자와는 또다른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방대한 독서의 결과물로 이 책이 나왔을테고, 중앙일보의 서평에서도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아무나 책을 쓸 수는 없음을 알려준다'고 경계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 속좁은 경고가 이 책의 목적은 아닐테니, 앞서 말한 '가능성'과 '개방성'의 여지가 더욱 빛나게 느껴진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대화는 맛깔스러운 입담이 중요하듯이 책은 얼마나 깔끔하게 읽히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색한 문장이 자주 보인다. 한 챕터에서는 높임말이 갑자기 낮춤말로 바뀌기도 한다. 오탈자도 간간이 눈에 띈다. 교정이 충실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너무 간략하게 서술된 부분도 있어 아쉬웠다. 이 책의 본질적인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책을 통해 관련 도서를 탐독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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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단종


저번에 샀던 것을 다쓰고 또 구매했다. 개운하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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