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지식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모든'이라는 단어가 다소 오만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독자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600쪽이 넘는 분량도 그렇다. 두꺼워서 지루하지나 않을까 지레 걱정이 되지만 괜한 생각일 뿐이다. 150가지의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보기좋게 나뉘어져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서평이 아니라 출판사의 홍보문구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첫인상이 떠나질 않았다.

  애초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이 책에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어떤 지식을 책에 담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여태까지 읽은 책들에서 '인류 지성과 문명의 진보에 기여한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서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기준에 따라 선별된 150가지의 소재들은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알게 된 이야기들도 있었고, 그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 특히, '고양이 상인 휘딩턴', '사코와 반제티', '히파티아'에 대한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이 좋은 소재들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책이 여러 책에서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재배열'한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똑같은 내용이었더라도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자의 몸을 한 바퀴 돌고 나온 흔적들이다. 때문에, 저자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 되어 독자를 만난다. 이 책은 소재의 선정부터 구연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저자화'된 결과물인 셈이다. 이처럼 '교수님의 강의'가 아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까닭에 소재의 참신함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같은 소재도 이야기꾼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또한, 저자도 자신의 독서편력의 결과로 이같은 책을 냈듯이 나도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내가 이 책과 똑같은 소재로 책을 엮는다고 해도 저자와는 또다른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방대한 독서의 결과물로 이 책이 나왔을테고, 중앙일보의 서평에서도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아무나 책을 쓸 수는 없음을 알려준다'고 경계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 속좁은 경고가 이 책의 목적은 아닐테니, 앞서 말한 '가능성'과 '개방성'의 여지가 더욱 빛나게 느껴진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대화는 맛깔스러운 입담이 중요하듯이 책은 얼마나 깔끔하게 읽히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색한 문장이 자주 보인다. 한 챕터에서는 높임말이 갑자기 낮춤말로 바뀌기도 한다. 오탈자도 간간이 눈에 띈다. 교정이 충실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너무 간략하게 서술된 부분도 있어 아쉬웠다. 이 책의 본질적인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책을 통해 관련 도서를 탐독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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