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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눈물 (2disc)
이누도 잇신 감독, 마츠모토 준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박스오피스의 순위보다 훨씬 많은 인터넷에서의 관심에 처음엔 의아했다. 이 영화가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걸까. <슈렉>만큼의 재미도, <스파이더 맨>만큼의 화려함도, <캐리비안의 해적>만큼의 스토리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유는 등장 배우들이 일본의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기 때문인 것같다. 사실 그 이유를 알고 나서 약간 속은 느낌이었지만, 전혀 후회되지 않을 만큼 볼만한 영화였다. 다소 긴 러닝타임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잔잔함이 갑작스럽게 엔딩으로 이어져 솔직히 당황하긴 했지만.
네 명의 주인공 모두 예술을 하고 싶다는 꿈으로 모이지만 결국 모두 흩어져간다. 글을 쓰고,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삶을 동경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을 꿈꾸게 하고 열광하게 하는 작품들을 쏟아내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 너무나 낭만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였던 네 명은 떠나고 결국 남는 것은 에이스케 뿐이다. 통속적인 만화를 그리라는 무언의 압력과 유혹을 받지만 '서정적인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지키기 위해 더운 여름에도 책상 앞에 앉아 고군분투한다.
나머지 세 명의 떠남. 나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그들 모두 역경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아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끝을 맺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스케를 뺀 나머지 세 명은 모두 떠나고 만다. 그들을 쫓은 것은 무엇인지. 예술로 밥먹고 살기 힘든 세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에서 예술로 밥먹고 살기 쉬웠던 시대가 얼마나 있을까. 사실 그건 이유이긴 해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유가 아니다. 결국에는 그들의 열의와 재능의 부족이다.
입으로는 소설의 줄거리를 줄줄 읊어대지만 한 줄도 써내지 못하는 류조, 그림그리라고 공원에 내보내놨더니 짝사랑(?)에 빠진 케이, 자작곡을 써서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보지만 무참하게 '땡'소리를 듣게 되는 쇼이치. 아, 이들을 보면서 왜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걸까. 청춘은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기에 꿈을 꾸지만 '의지'와 '열정'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때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름답지만 어느 때는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 차이는 열정과 의지의 차이이리라.
네 인물 모두 나와 동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저것이 내 모습 같기도 하고, 그것이 내 모습 같기도 했다. 다른 시대지만 20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은 같은 곳에서 만나고 있는 듯 했다. 내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진보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해질 것은 '열정'이다. 감독이 말하는 '황색눈물'이란 마지막에 에이스케가 흘리는 무수한 '땀방울'이 아닐까. 그 땀은 '노력'과 '열정'이 아닌가.
날씨가 덥다. 나는 땀이 많은 편이라 오가며 매일같이 땀을 흘린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땀'이다. '황색눈물'을 흘리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더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이렇게 날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