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 트랜스포머
마이클 베이 감독, 타이레스 깁슨 외 출연 / 대경DVD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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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의 돈지랄이냐 CG의 혁명이냐. 이 논쟁에 있어서 나는 어느쪽일까. 반반. 정말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영상과 기술은 화려하고 놀라웠다. 하지만, 변신로봇과 지구멸망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나는 너무 커버렸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변신로봇에는 흥미가 없었으니까 내가 어렸었다고 해도 그다지 몰입했을 것 같지는 않다.


  샘 윗윗키과 그 가족들은 영화의 폭소탄이었고 영화 중반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웃음을 선사해주었지만, 이어지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과 지구멸망 스토리는 하품만 나오게 했다. 샘에게 '너도 이제 전사'라고 독려하는 미군 병사의 결의 넘치는 얼굴도, 샘의 열정도, 투혼도 모두 오버하는 것으로 느껴진 내가 오버인걸까?
 

  왜 할리우드는 이런 식일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블록버스터로 만들고 세계에 공급하는걸까. 미국인들이 지구 멸망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인만이 지구의 위기를 느낄 수 있고, 그들만이 평화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일까. 슈퍼맨부터 시작해서 인디펜던트데이, 아마겟돈, 트랜스포머 등 각종 SF재난 영화에서 보이는 일관된 법칙은 그들의 오만함에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상상을 하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다. 영화를 보며 '아메리카에 의해 주어지는 평화'를 생각하든, '변신로봇 사고싶다'는 생각을 하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진화에 감탄'하든 그것은 무한한 자유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 영화를 판단할 때는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한 가지 생각에만 치우쳐 평가하는 것은 코끼리의 다리를 집고 그것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장님의 오류만큼이나 옳지 않은 것이다. 이 영화를 '할리우드 자본의 돈지랄'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이나 '재밌다'는 이유로 전자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은 똑같은 우를 범한 것이다. 


  마이클 베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코믹하면서도 경쾌하고 화려한 이 영화를 보며 웃고 놀라워하고 하품했던 나로서는 이 글의 서두에서 말했던 두가지 평가에 모두 고개가 끄떡여진다. 7000원 주고 할 수 있는 문화생활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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