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세기에 이르기까지 2천여 년간 끊임없이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나 문화적 영향이란 그냥 흘러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공급자가 은혜롭게 내려준 선물도 아니다. 거기에는 수용자의 선택과 소화능력이 작용한다. 우리네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발달된 문명을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슬기로운 선택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점에서 높은 문화를 영위한 중국을 존경하고 거기에 신세 진 것을 고마워는 할지언정 열등감을 가질 일은 아니다. 그렇게 영향받아 이룩한 문화는 우리 문화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로마와 기독교 문화에 영향받은 것에 열등감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주체적인 선택과 소화를 넘어 과도한 영향이 나타난 경우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서는 마땅히 역사적 비판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 경우도 불가피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이해도 필요하다. - P13
오히려 일본과 달리 중국의 영향에 거의 짓눌릴 정도로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본다. - P14
전해오는 말에 ‘자기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시행되며, 자기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아마 이 장군을 두고 하는 말인가? 나는 이 장군을 본 적이 있는데 시골사람처럼 투박하고 소탈하며 말도 잘하지 못했다. 그가 죽던 날 그를 알든 모르든 세상 사람 모두가 슬퍼했으니, 그 충실한 마음씨가 정녕 사대부의 신뢰를 얻은 것인가? 속담에 ‘복숭아나 오얏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밑에는 저절로 샛길이 생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사소한 것이지만 큰 이치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 P80
주나라 문왕은 구금 중에 『주역』의 64괘를 풀이하였고,공자는 진(陳)과 채(蔡) 사이에서 액을 당하고 『춘추』를 펴냈고,굴원은 방축되고 『이소』를 지었고,손빈은 다리가 잘리고 『손자병법』을 썼고,쿠마라지바는 18년간의 유폐 중 한문을 배워 불경을 번역했고,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사기』를 펴냈다. - P82
이승엽, 스즈키 이치로, 클레이튼 커쇼. 최고가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