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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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히 나는 큰 울림을 느끼지는 못했다. 편지라는 전달방식의 문제인지, 어투의 문제인지, 감성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그래도 몇몇 에피소드들은 코로나19로 죽은 줄만 알았던 여행세포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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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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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비록을 읽을 때는 항상 분한 마음이 든다. 특히, 지휘관들이 하나가 되어 적을 무찌를 생각은 하지 않고 쥐꼬리만 한 자기 권위를 세우고자 백성의 목숨을 함부로 대할 때 폭발한다. 적을 만나면 제일 먼저 도망가기 바쁘면서 왜 안에서만 기강을 잡는지... 전쟁 초반 기록의 대부분은 지휘관이 도망가거나, 죽거나,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백성이나 부하를 참한다. 이런 이들을 시쳇말로 '방구석 여포'라고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능한 관리들이 일본 군대보다 더 무서웠을 것이다.


  누군가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이 누리는 막대한 권한은 의무와 짝지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책임을 져야 할 순간에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권리 또한 누릴 자격이 없다. 이 분노가 과연 500년 전의 사건에 국한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옛날이야기라면 좋겠지만, '방구석 여포'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홍익출판사의 번역본이 질적인 완성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상당히 노력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는 항상 전후 맥락을 알 수 없어 수박 겉핥기 하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징비록 깊이 읽기>라는 해설을 군데군데 삽입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예컨대, 징비록의 녹후잡기에 보면, 류성룡이 해주 지역에서 청어가 안 잡히게 된 것을 이변으로 해석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이 부분만 읽었다면, '임진왜란 전에 이상한 일들이 많았었구나!'하고 지나갈 수 있는데 <징비록 깊이 읽기>를 통해 이 사건과 공납의 폐해, 나아가 조정의 무능까지 연결하여 생각할 계기를 준다. 이런 점은 무척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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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와인 이야기
정하봉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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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담고 있다. 와인백과와는 달리 친근한 설명이 장점이다. 신의 물방울이나 난해한 외국 저자의 글과 달리 현실적인 설명과 표현으로 이해를 돕는다. 이 정도 알면 와인을 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매력과 고민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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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 행정가와 CEO를 위한 8가지 리더십의 원리 노무현 전집 2
노무현 지음 / 돌베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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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들을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화 중심으로 풀어놓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가 조직의 리더로 있으면 다소 ‘피곤‘하더라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20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낡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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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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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완독은 2020년 새해 목표였는데, 2021년 3월이 돼서야 끝났다. 굳이 변명하자면, 1권에서 폭주하던 전개가 2권에서 갑자기 느려지더니 3권에서는 급기야 정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나와 브론스키 사이의 갈등은 곪고 곪아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기다리고 있었고, 각종 모임에서 전개되는 여러 논쟁들은 당시 러시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몰입하기 힘들었다. 레빈의 고민과 번민은 또 어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왜 사는지에 대한 그의 끝없는 고민에 한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재촉하게 되는 답답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3권을 읽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결말이 담긴 '7부'로 끝이 날 만도 한데, 톨스토이는 8부로 끝을 맺는다. 심지어 안나의 죽음에 대한 브론스키나 카레닌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안나의 죽음 뒤에도 그저 자연스럽고 마땅히 흘러가는 세상사와 레빈의 머릿속을(또!) 보여줄 뿐이다. 오히려 동생의 죽음에도 예의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스티바를 보며 - 가족의 죽음 뒤에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므로 이해가 되면서도 - '으휴 인간아….'라는 낮은 탄성을 뱉게 된다. 신에게도, 인간에게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안나는 죽음을 선택하고, 그 죽음을 통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톨스토이가 굳이 8부를 붙인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사실 안나 자체가 권선징악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이긴 하지만, 브론스키나 카레닌 또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7부로 끝나는 것은 '불륜한 자, 벌 받을지어다' 러는 권선징악의 가르침이 될 뿐인데, 그렇게 결론 지을 만큼 삶은 단순하지 않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에 그것을 불어넣었잖아.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_ 126쪽(돌리의 생각)


  8부 전체를 거쳐 보여주는 레빈의 사색 속에 톨스토이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압축된 것 같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삶과 체험으로 얻은 것만이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미 가지고 태어났다는 발견' 말이다. 그 발견 또는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그 내면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조언이다. 그렇게 결심하더라도 또 실수하고 번민하고 좌충우돌할 거라고 한 발 빼면서도, 그래도 그런 삶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감정은 나를 바꾸지도, 나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아. 그리고 내가 상상하던 것처럼 갑자기 나를 계몽시키지도 않아. 아들에 대한 감정과 마찬가지지. 역시 뜻밖의 선물은 없었어. 믿음인지 아닌지, 난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감정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을 통해 들어와 내 영혼 속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렸어. 난 여전히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겠지.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여전히 내 생각을 부적절하게 표현할 거야. 나의 지성소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심지어 아내와의 사이에도 여전히 벽이 존재할 거야. 난 여전히 나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를 비난하고 그것을 후회하겠지.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_ 560쪽


  끝으로, 톨스토이의 인간에 대한 이해, 감정의 묘사는 정말 탁월한 것 같다. 출산 후 아내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아빠의 감정에 대해 이토록 적확한 묘사가 있을까. 안나와 브론스키의 갈등, 숱하게 묘사되는 부부싸움에 대한 묘사도 압권이다. 사소한 일로 인해 불거지는 갈등, 화해에 대한 시도, 하지만 질 수 없다는 의지, 불가피한(!) 양보, 그리고 이어지는 왠지 진 것 같다는 억울함, 자연스럽게 싸늘해지는 태도, 다시 이어지는 갈등, 이 모든 감정이 순서 없이 얽히고설키는 그 지난한 과정을 어쩜 이렇게 잘 그려냈을까. 이 책이 당대에도 그렇지만 후대에도 높이 평가받는 데는 감정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만나면 반갑다고 뺨 때리고, 매회 고음 발성 없이는 전개되지 않는 어느 드라마와는 다르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지금, 그는 그녀가 건강하게 살아 있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토록 절망적으로 울어 대는 존재가 그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고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키티는 살아 있고 고통은 끝났다. 그리고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는 그것을 이해했고 그것으로 인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왔으며,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생각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아기는 그에게 불필요한 무언가로, 지나친 과잉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아기에게 익숙해질 수 없었다. _ 348쪽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에 그것을 불어넣었잖아.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 P126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당신이 그에게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그의 모습 그대로 그를 온전히 사랑하죠." - P139

하지만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지금, 그는 그녀가 건강하게 살아 있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토록 절망적으로 울어 대는 존재가 그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고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키티는 살아 있고 고통은 끝났다. 그리고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는 그것을 이해했고 그것으로 인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왔으며,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생각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아기는 그에게 불필요한 무언가로, 지나친 과잉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아기에게 익숙해질 수 없었다. - P348

가정생활에서 무언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완벽한 불화나 애정 어린 화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부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닐 경우에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가정이 단지 완전한 불화도 화합도 없다는 이유로 부부 모두에게 지긋지긋한 그 묵은 자리에 수년 동안 머무르곤 한다. - P396

‘우리도 그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 역시 이성으로 자연력의 중요성과 인생의 의미를 찾는답시고 똑같은 짓을 했던 건 아닐까?‘ 그는 계속 생각했다.
‘철학의 이론들은 인간에게 부자연스럽고 기이한 사유 방법을 통해 인간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깨달음으로 인간을 이끈다 하면서, 사실은 아이들과 똑같은 짓을 했던 게 아닐까? 각 철학자들의 이론 발전을 보면 그들이 농부 표도르만큼이나 분명히, 아니 표도르보다 더 분명할 것도 없이 이미 삶의 중요한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 그저 미심쩍은 사유방식을 거쳐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느냐 말이야?‘ - P523

레빈은 마부의 참견에 화를 내며 말했다. 여느 때와 똑같이 그런 참견은 그의 화를 돋우었다. 그러나 곧 그는 현실과 접촉했을 때 정신 상태가 자신을 즉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착각이었는지 깨닫고서 슬픔을 느꼈다. - P528

이 새로운 감정은 나를 바꾸지도, 나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아. 그리고 내가 상상하던 것처럼 갑자기 나를 계몽시키지도 않아. 아들에 대한 감정과 마찬가지지. 역시 뜻밖의 선물은 없었어. 믿음인지 아닌지, 난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감정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을 통해 들어와 내 영혼 속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렸어. 난 여전히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겠지.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여전히 내 생각을 부적절하게 표현할 거야. 나의 지성소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심지어 아내와의 사이에도 여전히 벽이 존재할 거야. 난 여전히 나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를 비난하고 그것을 후회하겠지.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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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3-18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송도둘리 2021-03-18 20: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너무 오래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