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클럽
팀 피츠 지음, 정미현 옮김 / 루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들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기와 국가다. 그 외 각 나라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와 역사 등이 있으며 술 또한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다. 술은 그 나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책이나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 외에 많은 것들을 알 수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외여행을 갈 때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에 대해 궁금해했을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을 대표하는 술은 무엇일까. 중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칭따오맥주나 이과두주이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술은 황주다. 사실 중국은 워낙 넓고 역사도 깊어 여러 가지 명주가 많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요즘엔 중국의 각 지방을 대표하는 술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당연 사케다. 삼국시대 때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청주는 사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청주와 사케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케 외에도 일본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사이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통주인 막걸리 아니면 소주일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이들보다 앞서 만들어져 그 역사가 오래된 술이 바로 청주다. 앞서 일본의 대표 술인 사케로 인해 청주를 일본 술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한 우리 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세는 역시 소주와 막걸리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술이 그 나라를 대표한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향인 거제도를 떠나 부산에서 살고 있는 원호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이 해외 출판사에 반응이 좋아 책을 출간하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쭉 그는 외국 독자들을 상대로만 책을 쓰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첫 단편소설을 장편으로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이미 원고 마감은 지나있지만 도통 글이 써지지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던 중에 형에게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외도 현장을 잡았단다. 그래서 이혼하겠다고 난리란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이혼이라니. 말 그대로 황혼이혼이다. 그렇게 집 나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부모님의 황혼 이혼을 막기 위해 원호는 고향인 거제도로 향한다. 외도를 했을망정 끼니 걱정을 하시는 영락없는 집안 일꾼 어머니와 유망한 축구선수에서 한순간 다리병신으로 인생 좆 된 큰형, 성형수술로 이제는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여동생 부담과 매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어머니표 막걸리를 세계 최고의 술이라 여기는 원호. 그렇게 은퇴한 전설적인 어부이자 난봉꾼이며 가장 역할 못하는 집 나간 아버지를 제외하고 한자리에 가족이 모인다. 좌충우돌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연 원호는 집 나간 아버지를 찾아 부모의 이혼을 막고 미처 끝내지 못한 소설을 탈고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작가는 토속적인 한국인이 아닌 오리지널 미국인이다. 과연 미국인인 그가 한국의 서민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한국 독자의 정서에 맞게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한국의 서민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와 소주를 소설의 재료로 기가 막히게 한국적인 소설을 써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그냥 한국인이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한국적인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서 5년 동안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맛본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해 미국에 살고 있는 요즘도 직접 막걸리를 빚어 먹는다고 한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 술을 빼놓고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글쎄, 아마도 술이 없다면 무미건조한 대화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쉽게 꺼내지 못 했던 이야기도 술을 힘을 빌려 하게 되니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술이 아닐는지. 어쩌면 그래서 이 소설이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반 평생을 살아오며 한 번도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버지 또한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했다. 하지만 부자 간의 응어리는 아버지와 술과 함께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 녹듯 사라진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술과 함께다. 한 가족사를 막걸리와 소주가 여과 없이 관통하고 있다. 그 속에서 오랫동안 서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가족 간의 관계가 술술 풀려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