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문장 -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
한귀은 지음 / 홍익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선택과 결정.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다.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순간의 선택과 결정은 남은 인생을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 주위의 조언과 충고도 그러한 결정에 도무지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결국 그 선택과 결정의 몫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하기 위해서 도움받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있다. 책을 펼치는 것이다. 책 속에 문제의 해답이 담겨 있다. 아무 책이나 내게 그런 영향을 미치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가령 사랑의 아픔을 겪는 이에게 과학적 지식이 가득 담긴 책은 그저 두꺼운 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저자가 쓴 책이라면 어떨까. 지금의 아픔을 극복하고 한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문장들로 그득한 책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글들이 바로 그럴 때 적합한 문장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록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지라도.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만끽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앎에 대한 갈구든 단순한 향락이든 그 무엇이 되었건 중요치 않다. 큰 맥락에서 보자면 그것은 우리 인간의 희로애락의 범주 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경험을 먼저 한 이들의 글을 읽음으로써 공감을 얻고 만족감을 느낀다. 이것에 책을 읽는 것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행복, 관계, 위기와 회의, 사랑과 이별, 나이 듦, 일상의 사물, 숙명. 어느 것 하나 우리네 인생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필요 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 생각해본다면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성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삶의 희로애락이다. 그 안에서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원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선택과 결정의 순간 도움이 되는 책과 그 속의 문장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아니, 나를 찾아가는 여정일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 삶은 자기 자신으로의 회기적 삶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여 나로부터 끝맺는다. 귀결적 삶. 우리의 역할은 그 유한한 삶 안에서 나름의 희로애락을 찾는 것일 따름이다. 남성 독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자의 문장>은 동반자적이다. 내 이야기이면서 나와 인생을 함께 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 속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혼자만의 삶을 생각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고 나에게 찾아오는 위기 또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여자가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이 숙명이라면 남자는 그들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서의 숙명을 짊어진다.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라는 부제목은 곧 가족의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바로 그렇다. 저자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책을 통해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 자신의 또 다른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그 책을 읽는 우리는 좀 더 나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텍스트의 문장이 진실이 되는 때는 그것이 읽는 이의 삶과 만났을 때뿐이다.' 과연 이 텍스트 외에 어떤 텍스트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을까. 여성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그 외 인문학자인 저자의 텍스트가 어우러져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새로운 텍스트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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