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철학책 봤어? - 철학을 놔버린 당신도 빠져들 재미있는 철학자 열전
시미즈 요시노리 지음, 함인순 옮김 / 현암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철학책이 어렵다고? 그럼 이 책 한번 읽어봐." 철학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위대한 철학가이자 사상가로 알려진 이들에 대해 지금껏 이렇게 재미있게 써낸 철학책은 없었다. 우리가 아는 철학책은 철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나 어울릴법한 일반 대중들에겐 조금 어렵고 따분한 그런 인상이 강하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이 책은 철학책이 아니라고 해야 될까?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껏 봐왔던 어떤 책보다 위대한 철학가들의 사상과 삶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책에 쓰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점만 명심하길 바란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철학의 철자도 잘 모르는 소설가다. 더구나 주로 유머 소설을 쓰는 작가다. 그런 그에게 재미있는 소설을 청탁하는 일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나이가 듦에 따라 점차 그런 유형의 글보다는 여행후기나 노후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의뢰가 많다고 한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그 일을 못 해서 욕구불만까지 쌓이게 되었다는 저자. 그런 그가 철학자들에 대해 쓰게 된 계기는 어쩌면 작가 인생의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유머소설 작가의 유쾌한 철학자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한없는 궁금증을 일게 하는 것도 모자라 목차를 보는 순간 황당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위대한 철학가들의 이름을 '돌머리'라든지, '어이없다', '이상하다', '비상식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먹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을까. 앞으로 위대한 철학가들의 삶과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 여겨왔던 소크라테스. 그는 이 세상의 많은 문제를 생각하고 무지한 사람에게 진지를 일깨워주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작가는 소크라테스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머리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하하.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리. 위대한 철학가인 소크라테스를 위대한 돌머리로 만들어버리다니.

이렇게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사르트르까지 총 12명의 철학자들을 유머러스하게 뒤집어 까발린다. 철학이라면 두 손 두발 다 들어버리는 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그런 철학책이다. 저자가 12명의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여러 철학 입문서와 철학가들의 대표작들을 몇 번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신에겐 철학은 버거운 학문이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모르면서 아는체하지 않는다. 사실 그대로 잘 모르겠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런데 그런 점이 오히려 철학을 처음 접하거나 어려워했던 이들에게 공감이 되는 듯하다.

철학책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누구고 그가 어떤 철학가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외쳤던 데카르트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니체가 왜 초인 사상과 영원회귀에 심취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철학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줄 유쾌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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