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 -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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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문명이 발달해 감에 따라 인류에겐 한가지 의문이 계속해서 자리 잡게 되었으며 그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껏 우리가 밝혀낸 인류의 역사는 매우 짧으며 그것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역사상 가장 많은 논의가 되어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수많은 과학자가 그 비밀의 열쇠를 풀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질문은 비단 인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구에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미생물부터 인간인 고등 생물까지 수많은 종들이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앞서 얘기한 질문은 넓은 의미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기원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렇다.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다. 이 미스터리를 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류 기원을 찾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처음 우리가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인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게 됨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생명의 기원에 관한 학설이 존재한다. 자연발생설, 생물속생설, 화학진화설, 범종설 등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자연발생설은 생물은 자연적으로 우연히 무기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는 설로 이 설에 의하면 생물은 어버이가 없이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속생설은 자연발생설과 반대되는 설로 생물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버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설로 생물기원설이라고도 한다. 화학진화설은 무기물의 화학반응에 의해 유기물이 만들어져 생명체가 생겼다는 가설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이 이 설에 속한다. 범종설은 생명은 지구 밖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하는 설로 지구 상의 원시 생명은 우주의 다른 천체로부터 운석 등에 부착되어 지구로 유입되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쓴 프란시스 크릭은 생명의 기원의 여러 학설 중에서 범종설에 자신의 견해를 더해 생명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범종설은 지구의 생명체의 근원은 지구 밖 우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인데 크릭과 오겔의 주장이 이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간다. 정향 범종설. 즉, 지구보다 더 문명화된 우주 생명체가 미생물을 담은 로켓을 날려보내고 그 로켓이 지구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지구의 생명체가 번식하게 되었으며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의 인류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의 기원이 외계의 문명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프란시스 크릭의 주장은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을까. 반대로 그의 이론은 그저 허무맹랑한 이론에 불과한 것일까. 그가​ <생명 그 자체>란 책을 펴낸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이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함이었다. 생명에 관한 다양하고 끊임없는 이론에 대해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자 함이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이론이 정설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생명의 기원에 대해 마치 정설로 생각되어왔던 이론에 비해 자신이 주장하는 정향 범종설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비교해보자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책에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프란시스 크릭의 <생명 그 자체>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인류의 기원으로 넘어 생명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라는 우물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발생설, 생명기원설, 화학진화설 그리고 범종설. 생명의 기원을 밝히고자 하는 이론들은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정답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탐구해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우주 또한 지구에 속한 인류가 가보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다. 그 바다에서 지구 속 생명체 외에 또 다른 생명체가 과연 없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 만큼 프란시스 크릭의 정향 범종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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