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피, 혁명 - 경제와 과학의 특별한 지적 융합
조지 쿠퍼 지음, PLS번역 옮김, 송경모 감수 / 유아이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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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봐서는 사실 이 책의 내용이 경제학의 미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상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제목을 보고선 돈, 피, 혁명에 얽힌 역사 이야기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책 제목이 갖는 의미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과학과 경제. 이 두 학문은 언뜻 보기에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저자는 경제학을 논하면서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앞으로의 경제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그동안 과학이 밟아온 역사적 흐름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윌리엄 하비의 혈액 순환 이론,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과학 이론들이 지금처럼 정립되기 이전에는 수많은 이론들이 난무하며 혼란에 빠져있던 시기다. 절대불변의 패러다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토마스 쿤의 말처럼 과학 혁명이 일어남과 동시에 그간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지금의 과학 이론들이 정립될 수 있었다.

최근 세계 경제는 언제 꺼질지 모를 바람 앞에 놓인 등불처럼 위태롭다. 과거 몇 년 전 닥쳤던 금융 위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확고한 경제 패러다임의 정립이 시급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실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소위 경제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자들의 상반된 주장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을 텐데 바로 재정긴축과 경기부양의 두 가지 측면이다.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두 정책을 비교해보면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 틀리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듯하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과학 혁명이 이루어진 것처럼 경제학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혁명이 필요할 듯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중이 여기 있다.

젊은 여자의 뒷모습과 할머니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그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젊은 여자의 모습과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서로 다른 모습을 보았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토마스 쿤은 이를 통약 불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학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오늘날 경제학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과거 과학계에 불어왔던 혁명의 바람이 필요한 때이다. 전 세계에는 상응하는 경제학 이론을 서로 아우르고 상호보완할 수 있는 경제학 혁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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