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음
조르조 아감벤 지음, 김영훈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벌거벗음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 벌거벗음이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걸까. 현대 사회 속 우리들에게 옷이란 거의 공기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무의식중에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듯이 옷을 입고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볼 때 '벌거벗는다'라는 것은 원초적인 인간 그 자체로 회귀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유럽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철학자인 조르조 아감벤의 철학적 그리고 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인문철학 책이다. 신학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종교적 접근성이 책의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 종교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접한다면 사실 조금 난해할 수도 있을 법하다. 마치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한 권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경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너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철학자 아감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종교가 아닌 인간에 대해 서기 때문이다.

신학적 측면에서 우리 인간은 원죄를 갖고 태어난 존재로 여겨진다. 그 원죄란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로부터 파생된 인간의 죄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인간은 지금처럼 자신의 몸을 가리기 위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멋을 내기 위해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옷을 입지 않았다. 왜냐고.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벌거벗었지만 벌거벗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거벗음을 알게 됨으로 인해 원죄가 생기게 되었고 그 후세의 인간들은 그 원죄를 짊어지고 태어나는 숙명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벌거벗음을 이렇게 생각해본다. 우리가 입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하는 벌거벗음이다. 자유, 해방 그리고 나아가 탈인간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극히 주관적인 벌거벗음에 대한 사유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여기 왜 존재하는가. 가장으로서의 나가 아닌, 남편으로서의 나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내가 아닌, 그냥 본연의 나에 대한 물음이 끝이 없이 이어진다. 깊은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철학적 사상이 깔려있는 책을 읽다 보면 곧잘 나에 대한 물음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조르조 아감벤의 '벌거벗음' 또한 그러하였다. 나에 대한 물음 이 책에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지라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철학적 사유에 빠져든다면 말이다. 유럽을 포함 전 세계를 뜨거운 논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아감벤의 숨은 의도가 각 개개인이 나와 같은 철학적 사유를 경험하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