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
에이미 그로스 지음, 이정란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실리콘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창의적인(Creative)'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최첨단 산업단지가 주는 이미지가 그렇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그곳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며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환상이 실존한다. 그 환상이란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은 없어 보이며 무엇이든 성공해낼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깨닫지 못한다. 실리콘밸리와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면모다.


'행복을 배달해드립니다(Delivering Happiness)'. 자포스라는 미국의 온라인 신발 회사의 모토다. 지금은 아마존에서 인수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몇 해 전 이 회사의 모토와 동일한 제목의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창업하여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CEO 중 하나인 토니 셰이의 자서전 격인 책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포스를 전 세계에서 유명한 온라인 신발회사로 만들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자유분방하고 직원들이 모두 끈끈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생에 한 번쯤 꼭 일하고 싶은 그런 회사의 모습. 한국의 청년들에게 자포스는 구글과 비슷한 꿈의 회사 그 못지않게 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만큼 자포스를 이끄는 CEO의 젊은 패기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혁신은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는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당당히 자포스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책은 그런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새로운 도전 과정을 담고 있다. 미국 전역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아마존과 트위터는 자사를 낙후된 도심으로 이전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를 재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토니 셰이 또한 그의 히피적 성향과 열정이 더해져 앞선 기업들의 행보에 동참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다운타운 프로젝트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을 5년 안에 재생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그럼으로써 그와 자포스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되고 미 전역을 돌며 그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에 이른다. 또한, 3억 5천만 달러를 자신과 함께할 스타트업 회사들에 투자지원을 하며 다운타운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무난한 성공의 궤도를 달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 죽어가는 도시를 재생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많은 안아 보인다. 1년이 채 못되어 프로젝트가 삐거덕 거리기 시작한다. 토니 셰이의 투자와 열정에 이끌리듯 다운타운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점차 수익 공유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되고 점차 하나둘 떠나게 된다. 초기 100개 기업이 몰려들었던 반면 1년 새 남아 있는 기업은 30-4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발생한다. 토니 셰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간과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와 자포스를 포함 다운타운에 이주한 기업들은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가다. 어쩌면 이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 활성화가 아닐는지. 외부에서 열정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기에 앞서 지역사회에서 인재 양성에 힘썼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저자가 심층 있게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점은 그녀 역시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일하던 언론사에서 나와 독립 언론사를 꿈꾸며 다운타운으로 이주했다. 그와 함께 시작한 첫 작품이 바로 이 르포다. 한때 토니 셰이에 열광하여 그와 함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왔지만 정작 그녀가 겪은 프로젝트의 실상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냉철한 시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결정이었을 것 같다.


토니 셰이와 자포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처음 목표했던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되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토니 셰이의 열정과 꿈에 심취했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다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가 등한시했던 점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이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없는 사실도 아니다. 분명한 현실이고 객관적인 사실이며 문제점과 해결점을 심도 있게 점검해볼 시간이다. 그럼 점으로 비춰볼 때 이 책은 토니 셰이에게 프로젝트를 돌아볼 여유와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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