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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여자'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과 가운데 턱~하니 자리잡고 있는 '녹색지갑'이 그려진 표지만 봐도 대략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할 지 '감~ 잡아쓰~~'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당신의 짐작대로 이 책은 여자와 돈 사이의 그 복잡미묘한 관계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내고 있다.
시작을 여는 저자의 기막힌 사연이 우선 눈길을 잡아끈다. 남편의 직장이 옮겨짐에 따라 집과 살림, 자신의 직장까지도 정리하고 싱가포르로 날아간 그녀는, 도착한 그날 남편의 입에서 이혼하자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드라마틱한 상황에 놓여진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모든걸 포기하고 머나먼 바다를 건너 왔건만 그녀를 맞는건 이혼을 결심한 남편뿐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돌아온 미국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예전과 달랐다. 당장 집도 없고, 여유 돈도 얼마 없으며, 게다가 직장도 없는 경제적 곤란이 그녀로 하여금 마냥 실패한 결혼의 슬픔에 빠져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는 다시 직장을 구했고, 열심히 일을 했으며, 그 결과 이젠 경제적 여유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일련의 시련을 거치면서 그녀 스스로 경제를 바라보는 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예전보다 여성의 지위가 많이 높아지고 사회참여도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는 남성위주이다. 가정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원하든 원치않든 결혼과 동시에 가사일과 육아일을 떠맡게 되고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전업주부의 길을 걷게 된다.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직장과 가사를 모두 떠맡게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사와 육아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님에도 실질적인 수입을 들이지 못하는 까닭에 많은 여성들이 돈에 있어 남편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경제적 자립이 힘들어진다. 이런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혼이나 사별 후에 오는 타격이 심각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여성이 돈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이 마음에 와 닿는건 무엇보다 본인의 경험을 기인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 책은 읽고 있으면 읽히는 속도가 빠름에도 책장은 빨리 넘어가지 않는 신기한 책이다;; 읽다보면 책 곳곳에 너무 자주 출연하는 다양한 사례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몰입하기에 다소 산만하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좀 더 간단명료하게 말 할 수 있을텐데 너무 많은 예시로 인해 전체적으로 좀 수다스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그걸 알기까지 너무 많은 말을 한다. 그래서 좀 아쉬운 책이었다.
저자 리즈 펄은 이 책을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사회를 성토함과 동시에 결혼에 의존하려는 여성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남편의 경제력이나 기타 다른 것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길 권고한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게 만드는 책이었기에 여성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