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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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해 나는 한 생명의 탄생과 한 생명의 죽음을 겪으며 큰 성격의 변화를 겪었다.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 자연의 흐름에 대해서 그제야 겸허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남의 환희의 무게와 죽음의 슬픔의 무게를, 그러니까 온 삶의 무게를, 마흔이 되어서야 겨우 직시하게 된 시간이었다. 마가렛 렌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는 삶에의 그러한 겸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이어서 더없이 반가웠다. 다양한 생명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와, 가족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병치시켜 삶에 담겨있는 어떤 환희와 어떤 슬픔을, 죽음이 남겨준 어떤 슬픔과 어떤 따스함을 이야기하는 렌클의 글은 더없이 담담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마음이 슬픔으로 차올라 책장을 잠시 덮어야 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사랑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삶의 마지막이, 생각보다 더 나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좁디좁은 마음 때문에 할머니와의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앞으로 영원히 나를, 자꾸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그것은 렌클이 말하는 '모든 것을 다르게 보게 된(p.269)'것과 같은 이야기이지 않을까.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작별의 무게를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렌클의 글을 읽으며 마음에 새기고, 또 되새겼다.


나는 매일 시어머니를, 그리고 내 부모님을 생각한다. 그분들의 뚜렷한 특성 - 내 아버지의 흔들리지 않는 낙천주의, 내 어머니의 불손한 위트, 시어머니의 심오한 관대함 - 은 나와 세상 사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주었는데, 이제 그분들 자신이 손에 만져질 듯 존재하는 부재가 되었다. 그분들이 저세상으로 떠남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P.269 


그러나, 결코 그 죽음에 잠식당해선 안된다고. 렌클은 자연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펼쳐놓는다. 그 '순환'의 이야기를. 모두가 언제고 결국은 맞이하는 죽음 앞에 결코 담대하질 수 없겠지만 그것이 남겨준 슬픔으로부터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빛'에 대해. 수많은 작별 인사의 끝에 결국 피어나는 어떤 마음들과 시선들에 대해, 이 세계의 계속됨에 대해서 말이다.


리뷰를 쓰다 보니, 이 책이 결코 이렇게 슬픔으로만 가득한 책이 아니었음에도 나에게는 슬픔만 부각되어 다가온 것 같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중년의 우울인가... 아, 아니 이것이 바로 갱년기인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꾸 반문하며 슬프지만은 않아, 이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제대로 들여다보렴. 이 생명의 꿈틀거림을, 이 힘을!이라며 자꾸 다그치는 나를 발견하게 만들어서 잠깐 웃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결론이지만 아무튼, 지금 내 곁에 있는 고마운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정성스럽게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언젠가 결국은 마주하게 될 작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할머니와의 작별의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여전히 후회만 남는다. 영원히 수정할 수 없는 어두운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을 살아야 한다. 이 상흔을 품고 나는 그럼에도 '예기치 않던 빛(p.262)'을 찾아 헤맬 것이다.


우리 인간은 기쁨을 위해 만들어진 생물이다. 우리는 모든 증거에 맞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통함과 외로움과 절망은 비극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것들은 세상의 바른 길들이 제공하는 지면, 다시 말해 우리 존재가 굳건히 디딜 단단한 지면을 만들어 내는 즐거움과 침착함과 안전함의 불운한 변이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동화 속에서 우리 자신에게 말하고 있고,
어둠은 선물 비슷한 것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늘 느끼는 것에는 그 자체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진실은 아니다.
어둠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 약간의 선량함을 숨기고 있다. 예기치 않던 빛이 반짝이기를, 그리하여 가장 깊은 은닉처에서 그것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면서. 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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