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평전
벤저민 양 지음, 권기대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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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내 중국학은 80년대 이후부터 새로운 연구자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정치적 격변을 경험한 중국 본토인들. 벤자민 양은 문화혁명과 덩의 복권을 목격한 그 1세대 중의 한명이고, 이 평전이 아마 그간 작업의 완결인 듯 하다. 지역학을 전공하는 친구 말로는 주로 초기 공산당 쪽으로 연구를 했다는데, 전공자답게 1949년 건국 이전의 덩에 대하여 풍부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복권 이후 덩 집권 기간 동안 형성된 미화와는 달리, 덩이 사실 군사적 재능이나 업적에선 별다른 성취가 없었으며 마오쩌똥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당과 군 사이의 조정-전달자로서의 역할이 그 시기 덩의 주요한 모습이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벤자민 양이 직간접적으로 주장하는 핵심은, 청장년 시기의 덩은 군사영웅과도 거리가 멀고 이론가/사상가로서의 면모도 부족한 대신, 계파 정치의 실전 학습을 통하여 최고위층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냉철한 정치적 판단력의 소유자란 것이다. 저자는 현대 중국 정치의 이해 과정에서 동서양이 공통적으로 범하곤 하는 '인물에의 함몰' 을 경계하며, 보편적인 정치 투쟁의 논리가 현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음을 덩 개인사의 추적을 통하여 보여주려는 듯 하다. 책을 읽고 나서의 부족함에 관해선, 계파 정치로서의 중국 정치사에 대하여 보완된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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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 학습문고 24
시사영어사 편집부 엮음 / 와이비엠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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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어 교과서나 참고서, 문제집 등을 보면 어법적 오류와 콩글리쉬가 난무한다. 비원어민으로서 작문상의 한계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그런 한계를 후대를 가르치는 텍스트 가운데 굳이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어법과 어휘의 문제, 더 나아가 외국어 학습 자체가 원어민이 쓴 훌륭한 저작들을 많이 접하는데서 자연히 해결된다. 우리가 한국어를 어떻게 익혀 왔는지를 한번 떠올려 보라.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문장성분 위주의 일본식 영문법에다, 오류와 어색한 표현들로 가득한 창작 지문들. 공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이 많지만, 제도권 영어교육에서도 당장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은 당장 고치면 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시대별 주요 작품들로 구성하듯, 영어 교과서를 그렇게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프랭클린 자서전은 쓰여져 있는 문장의 구조가 어렵지 않고, 중/후반부 일부 단어를 제외하곤 어휘 수준도 높지 않은 편이다. 근대 교육 이전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독학으로 지적 단련을 해왔는지도 책을 통하여 알 수 있고, 인생의 미덕들을 가르치는 교훈성 역시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사실 고2 수준의 사고력이면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는 저작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학생들 영어 능력 향상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영어 학습서들 대신 이런 고전류를 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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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 수학공식 활용사전
박두일 외 엮음 / 교학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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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학에 등장하는 개념들이 한권에 정리되어 있다. 수학 과정 전체나 개별 단원을 처음 접하게 되는 초학자 용이 아니라, 전과정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학습자가 학습서나 문제 확인의 도움 없이 개념들을 순서대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수학은 마치 생각의 지도와도 같다. 책이나 수업을 통한 수학 학습은 그 지도를 따라 낯선 세계를 처음 여행하는 것과 같고, 그 세계에서 발견되는 통일성과 각 마을의 개별성들을 이제 자기 머리 속에서 스스로 그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2차적인 정리 & 종합의 단계에서 약간의 시각적 리마인더가 필요할 때, 저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학습자들에겐 항상 휴대하면서 수시로 꺼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사실 24시간 내내 직간접적으로 수학을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학교 공부, 입시 공부가 따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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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박헌영 일대기
임경석 지음, 이정박헌영기념사업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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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에서의 박헌영에 대한 평가는 색깔론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직 논의가 분분하다. 일차는 기본적인 사료와 연구 부족 때문일 것이요, 이차는 그와 같은 연구를 금기시하거나 (북의 경우) 이제 거의 잊혀진 (남의 경우) 한반도의 정치 지형 때문일 것. 하긴 후자와 전자가 결국엔 동어 반복이자 인과관계인지도 모르겠다.

박헌영 연구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군정과의 대립/타협, 북한/소련과의 관계 등의 문제는 이 책 한권으로 정리될 수 있는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본격적인 연구들이 있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작업 하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저자와 기념사업회 측의 작업은 칭찬받을만 하다. 충실하게 정리된 기본 사료들이 앞으로도 계속 독서 대중에게 제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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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트로이카 -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누비던 그들이 되살아온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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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논픽션의 마케팅 대상은 1. 남한 근대사를, 특히 해방 전후사를 좌절의 역사로 인식하는 일단의 민족주의 성향의 독자들과 2. 일제하 사회주의/노동 운동에 관심이 있는, 전자보단 적은 수의 독자들이 아닐까 싶다. 소재 자체가 내적으론 이미 반세기 이상, 외적으론 사회주의권 붕괴 십수년째이니 이념적 측면에서의 논쟁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필자 본인도 변혁 혹은 체제 논쟁의 방편이나 사회주의 연구의  관점에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자들의 장렬한 패배'  를 기록하는 것이 주된 의도임을 밝힌다. 책의 미덕과 한계도 거기서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패배의 또다른 의의를 강조하기 위하여 의료보험과 주5일 근무제 등을 언급한 것은 좀 생뚱맞아 보인다. 한국에서의 의료보험은 보험이 아니라 중고가 이상의 치료와 약물엔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 할인 제도에 가깝고, 독일-일본-남한으로 이어지는 국가-관료주의가 70년대말 기획하여 시행한 종합사회대책의 일환이다 (사회주의와 계획경제와의 상관관계는 정치적 호불호의 관점에서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박정희와 다른 개발독재 관료들에 미친 일본의 영향 등도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아직 학문적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작금의 한국 정치판에서 정치적 프로파간다론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주 5일 근무제 역시 전면적 사회주의가 아닌 (체제내 타협의 길을 걸어온) 사민주의/노동자 정당이 고용불안정과 구조조정에 대응코저 제시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식의 사회적 타협마저 그냥 사회주의의 공으로 갖다 붙이기엔 사회주의의 과거와 현재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념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한국 상황을 염두에 둔 약간의 정당화로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패배와 좌절이 참혹하였다면 참혹한대로 쓰면 될 일이다.      

p.s 주변부 활동가/지식인들의 숙명은 지금도 여전히 반복된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으로 달려간 자들과 국내에 남은 자들의 달라진 운명은, 보수정당에 발빠르게 입문한 자들과 끝내 현장에 남은 자들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과거엔 신념과 처세술이 어느정도 일치한 반면, 지금의 전직 운동권들은 달라진 세계관을 해명하지도 않은채 출세의 겅력으로만 이용해 먹는다는 점에서 가히 후생각고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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