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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소설에 글만 빽빽이 들어차 있는 건 식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간중간에 삽화도 좀 들어가 있고, 사진도 좀 들어가 있고, 그럼 읽는데 약간의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중에 얀 마텔의 '셀프'를 읽으면서 새로운 소설이라고 생각을 한 적이 얼마 전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무궁무진하게 했다. 흑백의 글씨로만 이루어진 다른 책과는 달리 중간중간에 형형색색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며, 가끔 사진들이 들어 있다. 처음엔 무슨 의미로 이러한 사진을 넣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점점 그 사진의 의미도 이해하게 된다.
책 내용은 9.11테러로 아빠를 잃은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 사고 당시에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그때 하고 싶은 말을 못한것이 가슴속의 멍으로 남아 있던 이 주인공 꼬마는 아빠의 유품중의 꽃병 속의 열쇠를 발견하고 이것이 아빠와 어떠한 연관이 있다고 믿고 그 열쇠의 주인공을 찾으면서 여러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만남 속에서 주인공은 여러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 되는 듯 하다.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하면, 앞에서 언급한 꼬마의 할아버지로 이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을 잃게 되어, 그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평생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던 노인이 자신과 같은 처지가된 손자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아마도 마음의 병이 조금씩 치유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9.11테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게 주인공에게 동화 될수 있으며, 쉽게 읽히기도 한다. 그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열쇠의 주인공을 찾으러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내 주변 사람들이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좀 자주하고, 나중에.. 나중에.. 라고 미루지 말자는 느낌을 받았다. 가까이 있을때 소중함을 알고,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어떻게 보면 참 틀에 박힌 말이지만, 또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