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큰집은 아니다. 그래서 명절 때마다 친구들은 말한다. '큰집도 아니고, 니가 일 해야할것도 아니니까 나와~ 그 전날은 놀아도 되겠네..'라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말이다. 나는 큰집이 아니지만, 명절 전날에는 시간을 낼 수 없으며, 명절이 지나가고 나면 허리와 팔이 끊어질 듯 아프다. 그 이유는 부침개를 부치기 때문이다.

 큰집의 사촌이 어떤 연유로 인해서 나와 동갑이다. 근데, 이 싸가지 없는 사촌이 전혀 일을 안한다. 그저 자기방에 있거나, 아님 안방가서 TV를 보거나 아님 놀러나간다. 그래서 모든 차례음식은 그 나이 많으신 큰엄마, 울엄마, 작은엄마가 다 하셔야 한다. 그리고, 특히 우리엄마의 몫이 전부치기라 제일 손이 많이 가고, 허리는 끊어질 듯이 아프고, 종류도 다양하다.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사촌이 도와주지 않는다는걸 안 후부터 나는그냥 그 전날에 엄마 따라서 큰집에 간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전을 부치게 되었다. 내가 안가면 엄마는 그 긴시간동안 혼자서 그 많은 양을 감당해야 하므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친구들은 놀란다. '왜 그걸 니가 가서 일을 하냐고... 다른 집은 안그렇다고' 물론 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큰집에서 태어났다고 일하는것도 억울 한일 아닌가? 그냥 다 같이 가서 빨리 후딱 해치우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쉬고 다음날 차례지내는 것도 좋기 때문에 내가 큰집도 아닌데 일을 한다는거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건 아니다. 허나, 도대체 그 사촌은 왜! 무슨 생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걸까? 그 나이가 되면 엄마들이 이젠 서서히 어디가 아프기 시작하고, 힘들다는걸 깨닫지 못하는 걸까? 아님 그저 일을 하기 싫은걸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명절이 되면 일을 한다는 스트레스 보다는 그 아해를 보기 싫다는 걸로 스트레스는 시작된다.

 사촌가지고 이렇게 험담하는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나, 그 행태를 생각하고 또 명절이 되면 속이 부글부글 안 끓어오를 수가 없다. 언젠가 한번 '너도 좀 도우라고' 한마디 한적 있다. 허나, 절대 그 태도 바뀌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 절대 말은 안하나 그 모습이 좋아보일리도 없고, 다시 간섭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러나, 내 불편한 심기를 감출수는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이 아해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번에도 또 남들은 일하는데, 방에서 있을 그 아해, 혹은 나가 있을 그 아해를 생각하면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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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레아스 2006-10-0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속삭이신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였네요.. 참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나봐여.. 님의 글을 읽다보니, 힘이 불끈~ 전의를 불타게 하는 뭔가가 느껴지는군요.. 이번에도 열심히 전 부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