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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항상 출근길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거나,잠을 자며 가곤 하는데, 어느날 뒷편에서 여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폰 속으로 들어온거라 모 제대로된 대화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니, 그저 어떤 교양없는 여자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줄 알았다. 그러나, 그 여자의 목소리는 몇정거장을 지나도록 끊이질 않았으니, 도대체 뭔말이래? 하면서 이어폰을 귀에서 뺐을때 들리던말... '명함 주세요! 아님 집전화번호라도 주세요!' 무슨 데이트 신청이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였다.
다른 승객들은 모두들 그 여자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무슨일일까? 하면 궁금해하며 계속 귀기울여 들여보니 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러했다. 내가 출근길에 타는 버스는 광역버스로 직통좌석버스이다. 한의자에 두사람이 앉아서 가는... 그래서 조금 덩치가 있는 남자랑 같은 의자에 앉아서 가게되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나, 덩치는 남산만한데 다리까지 활짝 벌리고 가면 정말 이걸 좀 치워달라고 이야길 해야하나?할정도로 약 40분이 고역이다. 그런 버스안에서 한 남자가 옆에 앉은 여자몸을 더듬은게다. 무척 얌전해 보이던 그 20대 여성은 그 남자에게 회사 명함이나 집전화를 요구했고, 이에 당황한 남자는 거의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 남자의 나이는 한 30대쯤? 버스가 도착을 하고서도 남자가 계속 잘못했다는말로 일관하자 여자는 내려서 경찰서에 가자고 했다. 회사와 집에서 망신 당하기 보다는 경찰서가 더 괜찮았다 싶었는지, 남자도 그제야 죄송하다고 같이 경찰서에 가겠다고 하는것 까지 보고 출근길을 서둘렀던 적이 있다.
그후, 얼마 뒤에 퇴근길에 왠 낯익은 남자가 내옆에 앉는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울상을 짓던 남자였다. 처음엔 놀라서 친구에게 바로 문자도 날리고 '이사람 나한테도 그럼 어쩌나'하고 걱정까지 했지만, 얌전히 도착지까지 조용히 잘 갔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소극적으로 조마조마하게 생각했던 내가 어찌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나도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데, 뭘 그렇게 걱정만 했나 싶어서 이다.
여자는 항상 소극적이여야만 여자답다고, 목소리가 크면 안된다고,원하는걸 얻으려 하기보다는 참을성을 배워야만 한다고 자주 듣던 우리에게 이 책은 여성이 느꼈던 그 답답함에 물의 온도가 너무 차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딱 적당하게 시원한 온도의 생수와 같은 존재같았다.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졌으며, 10년묵은 체증이 싸아악~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 한쪽에 치우쳐서 남자들만 몰아세우는 책이 아닌, 딱 욕먹을만한 남자들을 꼬집어 주기도 하고, 주늑든 여성들에게 일어서라고 힘을 북돋아 줄만한 책이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너무 여성의 성적인 부분이 많은게 아닐까 싶었던 거였다. 성폭행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생활하면서 겪었던 말못하고 있는 부분은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다음에 이런 책이 또 나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 빠졌던 부분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재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