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쩜 심한 길치인줄 알았다.  아무 생각없이 앞사람 등만 보고 거의 따라가다보니, 다음에 같은 장소에 가려고 하면 어찌 갔는지 아무리해도 기억이 안난다. 오늘도 예전에 같던 건물에 가려고 맘먹고 갔는데, 옆건물에서 '여기가 아닌것 같은디'하면서 헤맸었다. ㅡㅡ; (이렇게 쓰고 보니, 심한 길치긴 길치네...)

근데, 내 남친 뚱이는 나보다 더 심한 길치이다. 나랑 강남역에 몇번을 갔는데, 아직도 출구를 찾아 헤매며, 나의 동네에서도 거의 갈피를 못잡곤 한다. 그래서 우린 남들이 자주 한다던 드라이브도 못하고, 어딜 가려해도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질 않는다.. 슬픈 현실이다.

뚱이는 오늘 회사에서 출장을 갔었다. 수원에 사는 사수와 함께.. 근데, 이 나쁜넘의 사수가 아주 편하게 갈려고 작정을 했는지, 아침 8시15분까지 수원의 어느아파트 몇동앞으로 오라고 시켰단다. 초행길이라 뚱이는 무척 서둘렀나보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사수집에 너무 빨리 도착했다며 커피자판기를 찾아 헤매는 뚱이와 통화해주느라 전철에서 책도 못봤다 ㅜㅜ . 30분전쯤 뚱이는 수원이라며 문자가 왔다. 아마, 사수 집에 바래다 주고 집에 가는 도중에 문자를 했나보다. 근데, 15분쯤 아주 이상한 길이라며 불안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 -  어딘데?

뚱이 - 몰라 발안 이라는 표지판이 막떠

나 - 그거 밑에지방 아니냐? 잘 찾아서 조심히 가봐

뚱이 - 내가 길찾구 다시 연락할께

그리고 조금전 문자가 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화성이란다. 이런~ 뚱이는 화성에 한번도 안가봤다. 나도 물론 화성이 예전에 살인사건이 있었고, 그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밖에는 아는게 없다. 물론 수원과 화성은 그리 멀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길치에겐 정말 그 거린 서울에서 대전만큼의 길이다 (나의 과장이 넘 심했나?)

암튼, 뚱이는 열심히 지금 수원이나 화성의 도시를 헤매고 있을것이다. 불쌍한것.. 부디, 오늘 내로 집에 도착하길 기원해야겠다. 참고로, 뚱이의 집은 분당이다. ㅋㅋㅋ(다 그만그만하게 지도로 보면 붙어 있는것 안다) 나도 이제 퇴근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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