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여행이란것을 가보았다. 결혼전에는 한달에 한번은 강릉을 가다시피 한적도 종종 있었는데, 결혼후에 더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애가 있는것도 아닌데, 주말에 밀린 일들을 해치우고 나면 녹초가 되어버려 어디 나가는것 조차 너무 힘겨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벼르고 별러서 떠난 여행이었다. 쭉쭉 뻣은 대나무와 싱그러운 나무들을 보고자 담양으로 떠난 여행... 그렇게 여행의 시작은 좋았으나, 과정은 참 고달팠다.
우선, 막히는 차를 어찌할수가 없었다. 영동초반부터 밀린차는 경부에서도 거북이처럼 가더니 겨우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난 이후에나 조금 뻥 뚫렸다.(벗뜨,통행료 살인적이다.)간만에 보는 나무들의 싱그러움이 너무 좋았다. 곳곳에 산의 나무들의 색이 너무 이뻐 연신 이쁘다를 남발하며 도착한 담양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왠일... 가려고 했던 죽녹원을 1km남짓 남겼을때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다들 여기로 연휴를 쉬러 왔나? 이상시럽다라고 생각할때쯤 그날 담양의 대나무축제라는것을 알았다. 이런~ 나는 조용히 대나무숲을 거닐고 싶었을 뿐이었는데...축제라니...
그래도 죽녹원의 대나무들은 정말로 많았고, 높이 뻗어 있었으며, 그 녹색들은 그 더운날의 시원함을 안겨주었기에 그럭저럭 좋은 기분을 유지했었다. 기분좋게 먹은 떡갈비도 정말 맛있었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보성으로 가서 차밭을 볼까? 하는마음에 숙소에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서 다음날 아침부터 떠날 채비를 하고 보성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것이 왠일... 여기도 1km를 남기고 막히기 시작이다. 혹시 여기도?
그렇다. 거기도 축제였다. 다들 짜고 그주간을 축제의 기간으로 삼은것인지... 차밭에 들어가기전부터 그 축제의 소리에 시끄러움과 음식냄새들...난 그저 쉬러 왔을 뿐인데.. 이런 벅적거림을 느끼고자 했다면 그저 명동이나 갈것을... 하는 후회가 슬슬 들기 시작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탓에 보성의 차로 만든 음식은 못먹고 파전에 잔치국수로 배를 채울수 밖에 없었다. 디저트로 핫도그 먹고... (정말 너무 슬프다..ㅜㅜ) 그래도 차밭 하나는 정말 너무 좋았다. 그 끝없이 펼쳐진 녹색에 그동안 쌓여있던 눈의 피로가 싸악~ 가시는 기분이었다. 날씨가 그리 맑지 못했지만 그 녹색이 어찌나 싱그럽던지... 아무튼, 너무 아쉬운 여행이었다. 그저 자연을 느끼고 싶어 출발한 여행이었는데 평소의 벅적거림을 다 느끼고 왔으니...
올때도 차는 어김없이 막혀주고... 기나긴 차여행을 마친후 집근처로 돌아오니 이런 왠일~ 철쭉축제를 하신단다... 도로에 어찌나 차가 많은지... 헉겁하여 급하게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휴~ 연휴라 편히 쉬고 싶었는데... 내가 바란 연휸 이게 아니였는데... 여행끝에 빨래하고 정리하고 어버이날 선물 사고 양가 부모님 찾아뵙고 정말 바쁜 연휴였다. 그래도 그 녹색의 싱그러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건만... 오늘또 어김없이 여기서 일이 뻥뻥 터져버렸다.
답답함을 다시 느끼고 잠깐 던킨가서 친한 과장님과 도넛츠 하나 먹고 돌아와서 정리중이다. 안풀리네... 이번 돌아오는 석가탄신일 주에는 그저 집에서 쉬어야지... 아무 생각없이 쉬어야지.. 나가면 고생인것을... 근데, 전남엔 다시한번 가고 싶다. 사람 없는 한적할때.. 한 3박4일은 잡아서.. 쉬엄쉬엄 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