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근처인것을 알고 찾아갔었다. 6년동안 다니던 학교에 20년만에 가본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어찌나 설레던지... 가는 내내 여기도 그대로다 혹은 여기는 많이 바뀌었네 하면서 초등학교를 향했었다.
아파트들에 둘러쌓여있던 나의 초등학교... 지금은 흔한일이겠지만, 그당시에 우리 초등학교는 여러개의 아파트에 둘러쌓여있었고,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운동장도 무척 작았었다. 그래서 100m달리기를 하려면 바로 옆 아파트 아스팔트 주차장에서 100m를 재고 거기서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도 운동장이 작으니 운동회같은 행사가 있으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와서 먹기보단 각자 집의 아파트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한뒤 나와서 2부의 행사를 즐기는 친구들이 더 많았었다.(현재는 이런 학교가 많다고 한다.)
학교로 통하는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마음은 두근두근이었다. 아파트 입구의 약국도 그대로였고(나의동창생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약국이었다), 그옆의 빵집은 빠리OOO로 바뀌어있었지만, 위의 과자점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현재 재개발을 추진중인지 하나의 아파트는 휑하니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텅 비어있는 아파트... 재개발 추진중인 아파트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리창 몇개는 깨져있고 여기 저기 간혹 보이는 낙서들... 설마 폐교가 된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얼른 차를 돌렸다.
다행히 그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아파트들은 그대로 이기에 학교는 그대로였고, 정말 한개도 변하지 않은 학교모습에 나도 모르게 들뜨고 내가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작은 운동장부터 시작해서, 운동장의 철봉... 그리고 운동장안의 몇가지 놀이기구..(운동장안에 작은 놀이터 식으로 몇가지의 기구들이 있다) 그 옆의 테니스장까지 그대로였다. 방과후 친구들과 자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스탠드도 그대로였고, 단상도 그대로였고... 교무실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었다. 그게 어찌나 위안이 되고 반갑던지...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하면서 뛰노는 아이들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운동장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모래털이까지 그대로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털이개에 나의 신발을 털고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이렇게 뒤돌아 보면 홀로 웃음 지을 일이 많을텐데...너무 아둥바둥 하면서 살아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간만에 너무 따뜻한 시간이었다. 비록 한 아파트의 모습이 썰렁했지만, 변하지 않은 초등학교 모습에 나 홀로 따뜻한 시간을 보낸것 같다. 가끔은 이런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살짝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