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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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오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물웅덩이를 피해 깡충깡충 뛰는 어린이들을 보다가 이 책에 나온 사형을 당하러 가는 사형수가 물웅덩이를 비켜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물론, 생기발랄한 어린이들과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나 곧 죽어야 하는 사형수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안다. 그러나 생명이 몸 속에 스스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 적으로 같고, 그런 느낌이 평화로운 오후에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것일 터이다. 생명을 바라보는 조지 오웰의 통찰은 놀랍고 적나라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있듯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신체기관은 미련스러우면서도 장엄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내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피부는 재생하고, 손톱은 자라고, 조직은 계속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교수대 발판에 설 때에도, 10분의 1초만에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쑥 떨어질 때에도, 그의 손톱은 자라나고 있을 터였다. 그의 눈은 누런 자갈과 잿빛 담장을 보았고, 그의 뇌는 여전히 기억과 예측과 추론을 했다-그는 웅덩이에 대해서도 추론을 했던 것이다. 그와 우리는 같은 세상을 함께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2분 뒤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하나가 죽어 없어질 터였다. 그리하여 사람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그만큼 누추해질 것이었다. -26쪽

 
   

  조지 오웰의 에세이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가벼운 주제도 있고, 무거운 주제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열렬한 개선 의지는 가릴 수가 없다.  

  "서점의 추억"이나 "어느 서평자의 고백" 같은 글들은 가볍게 읽기 좋고 "좌든 우든 나의 조국"은 애국심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그의 생각과 주장이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비망록"의 경우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오웰이 예를 든 영국의 정당과 집단의 이름을 오늘 이 대한민국 집단들의 이름이나 일본 극우주의자들, 스킨헤드 등으로 살짝 바꿔 놓아도 그다지 다를 게 없다. 여기서 오웰이 말하는 민족주의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민족주의보다는 집단에 맹몽적 충성을 강요하고 타 집단에 대한 배척과 공격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과 결속을 획득하는 그런 개념이다. 

  오웰은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에서는『걸리버 여행기』에 나타난 저자 스위프트의 정치 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와 정치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대해 알려고 하며, 나랏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정당의 견해에 대해 조목조목 논쟁을 하는" 수학자에 대해 "두 분야 사이에 아무런 유사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스위프트 썼다. 이에 대해 오웰은 이렇게 비판했다. 

   
 

 그것은 과학자가 하느님의 존재나 영혼의 불멸성 같은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깜짝 놀랄 일이라고 말하는 유명한 카톨릭 옹호론자들의 말과 어조가 똑같다. 우리는 과학자가 제한된 한 분야에서만 전문가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니 다른 분야에선 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신학은 이를테면 화학과 같은 정밀과학이며, 사제는 특정 주제들에 대한 그의 판단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는 전문가라는 암시가 있다. 스위프트는 사실상 정치인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과학자가('순수' 과학자든 특수한 연구자든) 나름으로 유용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310쪽

 
   

   누구에게나 중요한 영혼의 문제나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문제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입닫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르라는 의견은 기시감조차 있다.  

  60여년 전에 쓰진 오웰의 글들은 그가 살고 온 몸으로 부딪혀 왔던 그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말하는 조지 오웰의 자기 고백이면서 여전히 존재하고 세를 불리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사회·정치학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지 오웰의 눈으로 사회를 보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고 묵직한 생명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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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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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가장한 강요, 소설을 가장한 '유효기간지난 이데올로기' 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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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130
김중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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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밤에 문득 잠들기 직전, 이 시가 떠올랐다. 딱히 시를 생각하고 있던 것도 아닌 그 때, 불을 끄고 눈을 감은 그 때, 내게 떠올랐다.  

  '떠올랐다'는 표현이 맞는다. 내 안 어딘가에 잊혀져 있다가 가만히 나타난 이 글은. 이 시집  "황금빛 모서리"의 첫 번째 시다. 

   
 

                 이탈한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 

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 

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 

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 

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 

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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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of Ice & Fire 4v: A Game of Thrones, a Clash of Kings, a Storm of Swords, and a Feast for Crows (Boxed Set)
조지 R. R. 마틴 지음 / Bantam Book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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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작다는 난관만 극복한다면 무한 재미가 있습니다.번역서따위와 비교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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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발견한 에도가와 란포 시리즈를 읽는 중이다. 전단편집 2권은 1권에 비해 길이가 긴 중편들이고 완성도도 높아 보인다. 란포의 괴기스러움이 살짝 보여지는 책. 

 

 

 

 

  

 

 

 

 

 

 

  꼬마네 학교에서 학부모 연수를 했다. 무료라는 말에 혹해서 다녀왔는데,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의 강의였다. 어찌나 맛깔 나게 강의를 잘 하시는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요즘 잔소리로 날을 새고 있는 나는 잔소리 안하는 방법을 배워보고자 책을 펼졌으나, 두툼한 두께와 무게감으로 살짝 주춤거리는 중이다.  초등 저학년보다는 3~4학년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적당한 책으로 보인다. 뒷부분의 구체적 실천론까지 생각한다면 고학년 이상에게 적합할 듯.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평생 잔소리 안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말테다! 아자! 

  

   

요즘 도서관을 자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성과가 상당히 좋다. 란포의 책도, 이 책도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이 책은 집 짓기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다. 그것도 직접, 자기 손으로 짓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특히 짚과 흙을 이용한 집 짓기는 우리의 전통 초가집을 연상케 하는데 여기 나오는 건 서구화되고 현대화 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기초를 하는 방법, 기둥과 벽을 세우는 방법 등에서 조금 다를 뿐, 단열이라든가 자연 친화적이라든가 하는 기본은 같다. 도면과 상세도, 사진으로  집을 짓는 과정들을 잘 설명할 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부분도 놓지지 말라고 세세한 조언을 하고 있다. 또 질 좋은 짚 무더기(스트로베일)를 구하는 노하우까지 그야말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짓는 법에 대한 모든 것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둥을 세우거나 미장을 하는 건 별로 해보고 싶지 않지만(이 책은 집을 짓는 가족이 모두 달려들어 미장을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 창을 내 마음대로 뚫는다거나, 집 안에 의자 장식, 벽감들을 만드는 것들은 정말로 해 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이 책도 스스로 집짓기의 일환으로 구입했다. 다양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축주가 직접 손수 짓는다는 점이다. 넓은 세상과 사람들의 다양함에 경의를 표한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 집이 궁금하여 구입한 책. 이 집은 유럽의 노동자 주택을 많이 닮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식의 집이 없었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건축주 중 한 명인 이현욱씨는 이 집을 짓기 전에 상당히 실험적인 주택들을 지어보았는데, 그 부분이 재미있다. 집을 통째로 들고 이사한다는 개념, 생각은 있지만 과감히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을 실행하는 실행력이 부럽다. 그리고 그 아내 분, 대단하십니다!  

 

 

  어느날 아침 먹으면서 성격 더러운 어린이들 이야기를 하다 나온 주인공 메리. 우리집 스텔라, 성격 나쁜 어린이 이야기에 갑자기 열광하며 이야기해달라고. 덕분에 살짝 맛보기 이야기하고 뒷얘기를 스스로 읽으라고 던져준 책이다. 나도 잘 기억 안나는 뒷 이야기들을 복습하고. 이 책의 삽화는 얼마 전에 읽은 이 책 "나의 엄마, 타샤 튜더"의 그 튜더가 그렸다. 

 

  

 

  "나의 엄마, 타샤 튜더" 는 타샤 튜더의 맏딸인 베서니 튜더가 지은 엄마 찬양책이다. 그의 엄마가 어떻게 농장을 꾸리고 옷을 만들고 요리를 하며 네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타샤 튜더는 내게 느리게 사는 삶의 대명사로 다가왔었다.  

  그 할머니가 농장과 정원을 가꾸는 삶에 대한 책과 사진들이 이미 수많은 책으로 나와있어 살짝 궁금하던 차였다. 그 때 보게된 이 책은 타샤 튜더의 어린 시절 사진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일생을 보여준다. 다만, 완벽하고 모든 것을 해내는 놀라운 능력자인 엄마의 모습만을 보여주어서 어쩐지 현실세계의 사람같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쩌면, 몹시 외롭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 많은 일들을 해내면서 행복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평생 우울증과 두통을 모르고 살았다"는 대목에서는 그저 GG를 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인간적으로 좌절하고 이겨내는 휴면드라마를 보여주었다면 나도 조금쯤 닮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벼볼 법 하지만, 뭐 이렇게 완벽해서야 결점으로 가득찬 지극히 인간적인 내가 감히 닮아 볼 엄두를 내 볼 수 없겠다는 그런 느낌. 난 아무리 노력해도 물레로 실을 자아서 베틀로 천을 짜고 그걸로 옷을 만드는 건 못한다구요…. 어찌 되었든 대단한 분임에 틀림 없고, 그 단면을 볼 수 있어 새로웠다. 

  요즘 독서가, 너무 산만하다. 독서록 쓰기도 만만찮고, 이렇게 뭉뚱그려 쓰는걸로 살짝 위안삼아야지. 뭐 난, 타샤 튜더가 아니라 Alice니까. 맨날 길잃고 헤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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