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꼬맹이 마음 42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반해서 고른 책.

노란 바탕도 예쁘고, 할머니를 둘러싼 꽃테두리도 예쁘고, 제목을 실과 바늘로 표현과 것도 예쁘고,

무엇보다 의자에 앉아 수를 놓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할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왠지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대한민국 할머니 99%가 같은 미용실에서 뽑은 것 같은 뽀글뽀글 짧은 빠마머리를 한 모습이라서 이렇게 목걸이, 귀걸이, 반지를 세트로 끼고 예쁜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압치마를 두르고 플랫슈즈까지 신은 할머니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한마디로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 표지만 보고 나도 이렇게 곱게 늙어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근두근 표지를 넘기고 만나본 첫 장. 할머니의 거실, 작업장인 듯한 곳이 보인다.

할머니의 얼굴이 가운데 접힌 면에 끼여서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행복한 노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연말연시에 뉴스에 등장하는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는 노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이것이 그림책 속 따뜻한 상상의 나라와 차가운 현실의 차이일까?)

그런데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 중앙이 아니라 왼쪽 귀퉁이 벽면에 세로로 걸린 사진들이었다.책장 위 컬러 사진과 달리 흑백 사진인 것을 보아 할머니가 젊었을 때 찍은 가족 사진인 것 같다.

이제는 액자 속에 간직된 시간들.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거실 뒤쪽 벽면으로 물러나있고, 할머니는 현재의 시간을 바느질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도 언젠가 혼자 남으면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겨낼 수 있을까. 스미레 할머니처럼 취미든, 특기든, 잘 하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렇게 씩씩하고 곱게 살아갈 수 있을꺼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장에는 눈이 나빠져서 실을 바늘에 끼우기 힘든 할머니가 지나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실 좀 끼워 주구려."

나는 지금 저기 책 속에서 지나가다가 실을 끼워주는 젊은 아기 엄마쯤 나이를 먹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선한 마음은 갖고 있지만, 스미레 할머니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을 할 정도의 넉살은 없다. 나도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는 여유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지혜도 생길까. 아직 젊은 나는 까칠까칠 가시가 돋아있어서 스미레 할머니처럼 둥글둥글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면 먼 것 같다.

스미레 할머니는 개구리, 나비, 직박구리들을 도와주고, 그들을 통해 거미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 책이 전하려는 교훈인 배려심과 협동심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남에게 피해 안 주는 대신에 나도 피해 안 받고 싶다며 점점 타인과 거리를 두는 어른들이 이 책을 통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같이 어울려 살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발랄한 그림책 수다 : http://blog.naver.com/booksuda/131631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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